[마켓인사이트] 이랜드의 뚝심…케이스위스로 1000억 차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모두 어렵다던 스포츠 브랜드 매각
中에 3000억 제값 받고 성사
티니위니 등 수차례 M&A 경험
"이 가격엔 팔린다" 경영진 확신
中엑스텝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도
中에 3000억 제값 받고 성사
티니위니 등 수차례 M&A 경험
"이 가격엔 팔린다" 경영진 확신
中엑스텝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도
▶마켓인사이트 6월 2일 오전 6시11분
지난 3월 31일 이랜드그룹 서울 가산사옥 회의실. 그룹 경영진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스포츠브랜드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해 6개월 넘게 협상을 벌인 중국 스포츠의류업체 엑스텝이 가격 인하를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2년 동안 끌어온 케이스위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영진은 고심 끝에 종전 가격을 고수하기로 했다. 오랜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상 케이스위스는 ‘팔릴 만한 매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던진 승부수였다. 풍부한 M&A 경험으로 ‘일거양득’
예상은 적중했다. 엑스텝과 협상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자 해외 업체들이 잇따라 입질을 해왔다. 더 높은 금액을 줄 테니 당장 팔라는 곳도 있었다. 소식을 들은 엑스텝은 1주일 만에 다시 이랜드를 찾아왔다. 기존에 합의한 3000억원을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중국 사업을 같이해 보자는 제안도 추가로 내놨다. 매물 가치를 이해한 이랜드그룹 협상 전략이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인 엑스텝과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양측은 한 달여간의 추가 협상을 거쳐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엑스텝이 케이스위스를 3000억원에 사들이는 내용이었다. 2013년 약 2000억원에 케이스위스를 사들인 이랜드는 6년 만에 1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두 회사는 이와 별도로 합작사를 설립해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신발 브랜드 팔라디움을 중국에서 함께 키우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엑스텝을 중국 사업 파트너로 맞은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실패할 것” 시장 예상 깨고 매각 성사
M&A 시장에서는 당초 이랜드의 케이스위스 매각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케이스위스는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더욱이 이랜드가 기대한 매각 가격은 인수 당시보다 1000억원이나 높은 3000억원 이상이었다.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랜드 생각은 달랐다. 이랜드는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안타스포츠가 해외 유명 브랜드를 활용해 자국 시장 내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초 중저가 브랜드였던 안타스포츠는 2015년 휠라의 중국 상표권을 확보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이에 힘입어 2016년에는 데상트, 2017년에는 코오롱스포츠 등과 손잡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2위 업체인 리닝도 2016년 미국 스포츠 브랜드 단스킨의 중국 상표권을 확보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케이스위스가 매물로 나오면 중국 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엑스텝은 당초 케이스위스의 상표권에만 관심이 있었다. 중국 상표권을 500억원에, 혹은 글로벌 상표권을 1000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게 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M&A 담당자들이 엑스텝 본사가 있는 중국 푸젠성 샤먼까지 찾아가 엑스텝 창업자인 딩수이보 회장을 직접 설득했다. 이랜드가 과거 푸마나 뉴발란스 상표권으로 사업하며 겪은 장단점을 설명해준 게 딩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마음을 움직였다.
“팔기 아까운 매물이 팔린다”
이랜드 처지에서 케이스위스는 팔기 아까운 매물이었다. 이랜드는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브랜드를 차례로 중국 시장에 진출시켜 왔다. 이후 스포츠, 가방·신발 등 잡화, 보석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었다. 2012년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사들인 것도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케이스위스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매각을 추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기업들이 사업부를 매각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내가 팔기 싫은 걸 팔아야 팔린다’는 원칙을 잊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가치 책정이 된다면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랜드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2017년 캐주얼 의류브랜드 티니위니(매각가 8700억원), 인테리어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7130억원)도 매각했다. 사업부와 부동산 매각 등에 성공하며 3년 동안 총 2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룹 부채비율은 2016년 315%에서 지난해 말 172%까지 내려갔다. 이랜드는 올해 말 부채비율을 15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지난 3월 31일 이랜드그룹 서울 가산사옥 회의실. 그룹 경영진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스포츠브랜드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해 6개월 넘게 협상을 벌인 중국 스포츠의류업체 엑스텝이 가격 인하를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2년 동안 끌어온 케이스위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영진은 고심 끝에 종전 가격을 고수하기로 했다. 오랜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상 케이스위스는 ‘팔릴 만한 매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던진 승부수였다. 풍부한 M&A 경험으로 ‘일거양득’
예상은 적중했다. 엑스텝과 협상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자 해외 업체들이 잇따라 입질을 해왔다. 더 높은 금액을 줄 테니 당장 팔라는 곳도 있었다. 소식을 들은 엑스텝은 1주일 만에 다시 이랜드를 찾아왔다. 기존에 합의한 3000억원을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중국 사업을 같이해 보자는 제안도 추가로 내놨다. 매물 가치를 이해한 이랜드그룹 협상 전략이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인 엑스텝과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양측은 한 달여간의 추가 협상을 거쳐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엑스텝이 케이스위스를 3000억원에 사들이는 내용이었다. 2013년 약 2000억원에 케이스위스를 사들인 이랜드는 6년 만에 1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두 회사는 이와 별도로 합작사를 설립해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신발 브랜드 팔라디움을 중국에서 함께 키우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엑스텝을 중국 사업 파트너로 맞은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실패할 것” 시장 예상 깨고 매각 성사
M&A 시장에서는 당초 이랜드의 케이스위스 매각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케이스위스는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더욱이 이랜드가 기대한 매각 가격은 인수 당시보다 1000억원이나 높은 3000억원 이상이었다.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랜드 생각은 달랐다. 이랜드는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안타스포츠가 해외 유명 브랜드를 활용해 자국 시장 내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초 중저가 브랜드였던 안타스포츠는 2015년 휠라의 중국 상표권을 확보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이에 힘입어 2016년에는 데상트, 2017년에는 코오롱스포츠 등과 손잡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2위 업체인 리닝도 2016년 미국 스포츠 브랜드 단스킨의 중국 상표권을 확보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케이스위스가 매물로 나오면 중국 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엑스텝은 당초 케이스위스의 상표권에만 관심이 있었다. 중국 상표권을 500억원에, 혹은 글로벌 상표권을 1000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게 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M&A 담당자들이 엑스텝 본사가 있는 중국 푸젠성 샤먼까지 찾아가 엑스텝 창업자인 딩수이보 회장을 직접 설득했다. 이랜드가 과거 푸마나 뉴발란스 상표권으로 사업하며 겪은 장단점을 설명해준 게 딩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마음을 움직였다.
“팔기 아까운 매물이 팔린다”
이랜드 처지에서 케이스위스는 팔기 아까운 매물이었다. 이랜드는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브랜드를 차례로 중국 시장에 진출시켜 왔다. 이후 스포츠, 가방·신발 등 잡화, 보석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었다. 2012년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사들인 것도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케이스위스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매각을 추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기업들이 사업부를 매각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내가 팔기 싫은 걸 팔아야 팔린다’는 원칙을 잊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가치 책정이 된다면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랜드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2017년 캐주얼 의류브랜드 티니위니(매각가 8700억원), 인테리어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7130억원)도 매각했다. 사업부와 부동산 매각 등에 성공하며 3년 동안 총 2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룹 부채비율은 2016년 315%에서 지난해 말 172%까지 내려갔다. 이랜드는 올해 말 부채비율을 15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