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고 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10조원 이상의 채권을 매수하며 월별 기준 사상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0조5784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는 2007년 11월 10조4850억원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웃돈 시기는 손에 꼽는다. 이때를 포함해 2009년 6월(10조3714억원), 10월(10조572억원) 정도뿐이다. 주식시장에서 매도 행진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66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금리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 아래 한국 채권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소비·수출·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면서 주요 채권 금리는 1년 동안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국내외 기관들이 줄줄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로 이제는 3년물부터 30년물까지 모든 만기 구간에서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연 1.75%)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 한 달 뒤인 2012년 10월 이후 6년7개월 만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하반기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