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절벽’에 내몰린 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 최장 사흘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한다. 4월 29~30일과 5월 24, 3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셧다운 결정이다. 르노삼성이 주기적인 셧다운을 통해 ‘감산체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노동조합에 이달 최장 사흘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는 생산계획을 통보했다. 셧다운은 부산공장 전 직원 2300여 명이 한꺼번에 연차를 쓰는 방식으로, 단체협약에 있는 ‘프리미엄 휴가’ 제도를 활용해 이뤄진다. 프리미엄 휴가는 명절 또는 연휴에 붙여 하루나 이틀 정도 전 직원이 연차를 내도록 하는 사내 복지 제도다. 그러나 생산 물량이 줄면서 셧다운을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는 처지가 됐다. 회사 측은 노조에 생산·판매 현황 및 재고 물량, 협력사의 부품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또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이미 일감절벽에 내몰려 있다. 지난 1분기 르노삼성은 3만8752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쪼그라든 규모다. 2분기에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비슷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르노 본사와 동맹 관계인 일본 닛산이 잦은 파업을 우려하며 르노삼성에 위탁해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물량을 40%(10만 대→6만 대)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 전체 생산량(21만5680대)의 절반(49.7%)을 차지한 주력 차종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노사 갈등을 우려하는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어떤 차종을 후속으로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를 연간 8만 대가량 유럽에 수출한다는 구상이지만 본사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르노 본사는 이 물량을 스페인 등 다른 공장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개월 만에 마련한 노사 잠정합의안이 지난달 21일 부결된 뒤 노사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되레 이른 시간 내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전면 파업까지 검토하는 등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4일까지 구체적인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전면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