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룡’ 구글이 미국 정부로부터 6년 만에 다시 반독점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구글이 경쟁을 제한해온 것으로 드러나면 천문학적 벌금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보여온 실리콘밸리 거대 정보기술(IT) 회사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6년 만에 구글 反독점 조사…대선 앞두고 'IT 공룡' 군기잡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법무부는 지난 몇 주 동안 기초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미 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 연방무역위원회(FTC)는 2013년 구글의 쇼핑 검색 관행 등을 조사했다. 당시 구글로부터 검색 알고리즘 일부를 수정하기로 약속받은 뒤 혐의를 기각했다.

하지만 2016년 대선 때 페이스북, 구글 등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도구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대 IT 기업을 향한 비판이 강해졌다. 이들의 개인정보 보호 관행, 공익 보호 가능성 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미 정치권은 거대 IT 기업의 규모와 지배구조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은 미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등의 반독점 위반,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에 관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거대 IT 기업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은 인수합병과 앱마켓 등 플랫폼을 활용해 경쟁을 제한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경쟁 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게 대표적이다. 구글도 지도회사 웨이즈와 광고 전문기업 더블클릭을 인수해 잠재적 경쟁자를 없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앱마켓과 윈도를 활용해 우월적 지위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유럽연합(EU)에선 지난 2년간 세 차례에 걸쳐 수십억달러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다. EU는 2017년 구글이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27억2000만달러(약 3조2400억원), 작년 7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끼워팔기’를 했다는 혐의로 50억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지난 3월에도 구글이 경쟁사 광고 노출을 제한한 데 대해 17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다만 구글이 모두 항소해 아직까지 실제 납부한 벌금은 없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세계 온라인 광고시장의 38.2%를 차지해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 IT 기업에 비판적이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구글에서 ‘트럼프 뉴스’라고 쳐봤더니 96%가 좌파 매체 뉴스였다. 매우 위험하다”며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이 반독점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11월 “주변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3개 기업의 독점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본격 조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공식 조사에 들어가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최초로 거대 IT 기업에 대한 독점금지법 적용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법무부 조사가 구글과 다른 ‘기술 공룡’이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