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민노총…53개 정부委서 국정에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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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권력 민노총 대해부 (1) 대한민국 '제1 권력'
정치·경제·복지 등 全분야서
기득권 지키려고 '실력행사'
정치·경제·복지 등 全분야서
기득권 지키려고 '실력행사'
불법·폭력 시위와 파업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각종 정부위원회를 통해 노동 현안뿐 아니라 국가정책 결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정부위원회는 5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 국무총리 직속 사회보장위원회 등을 비롯해 최저임금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복지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사회보장위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광범위한 정부위원회 참여는 주요 정책에 노동계 입장을 반영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민주노총이 도를 넘는 정치 투쟁과 폭력 행위를 서슴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힘입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 78만 명이던 조합원 수는 올 3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103만6000명)을 사실상 제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덩치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이 대표적이다. 경사노위의 파행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사회적 현안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을 점거하고, 국회의사당 담장을 무너뜨리고,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민간기업 임원을 폭행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민주노총의 폭주를 수수방관하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돈·조직 쥔 금속노조 강경파가 100만 조합원 '좌지우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공약에 힘입어 지난해에만 21만 명 급증해 지난 3월 100만 명(전체 임금 근로자의 5%) 돌파를 공식화했다. 제1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103만6000명)을 사실상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양적 팽창에 기반해 세력을 확장한 민주노총은 전국 곳곳에서 불법파업과 폭력·점거시위를 주도하며 ‘권력화된 노조’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수를 제외하고는 조직과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1월 열린 제67차 대의원대회 자료를 토대로 민주노총 내부를 들여다봤다.
민주노총을 움직이는 돈과 조직
민주노총을 움직이는 돈의 대부분은 조합원이 낸 의무금이다. 조합원 한 명이 월 평균 1550원씩 낸다. 소속 연맹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조합원은 1350원, 정규직 조합원은 1750원이다. 지난해 기준 의무금을 납부한 조합원은 66만6566명(67%)으로 총 124억원 정도를 냈다. 이 밖에 잡수입 등을 포함한 지난해 총수입은 134억원이었다. 조합원이 20만 명 이상 늘어난 올해는 총수입이 152억원에 달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전망했다.
정부 지원도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정동 경향신문 별관 13~15층 민주노총 총연맹 사무실 임차료(18억5000만원)와 2층(사무금융연맹), 3층(금속노조) 사무실 등의 임차보증금(11억5000만원) 중 7억2400만원은 국고보조금이다. 서비스연맹, 화학섬유연맹 등의 사무실에도 ‘세금’이 4억원 이상 투입되는 등 민주노총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지원된 보조금은 총 29억9800만원에 달한다. 총연맹이 사용하는 사무실 전체 임차보증금(38억9000만원)의 77%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요청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2004년,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당해 예산으로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7년 합법화 이후 노조의 자주성 확보 등을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노동단체 지원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본부(총연맹)가 아닌 소속 노조에는 지난해 2억6100만원, 올해 3억3500만원 등 매년 3억원 안팎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도 매년 민주노총에 일정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에는 16개 지역본부와 16개 산별노조가 있다. 이들 조직을 총괄하고 총연맹 차원의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사무총국에는 70여 명의 임원과 상근 간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이 8명, 사무총장 외에 9개의 실(총무 기획 조직쟁의 정책 선전홍보 대외협력 미조직전략조직 노동안전보건 대변인)과 3개의 원(법률원 교육원 정책연구원)이 있다.
강성 산별노조에 휘둘리는 ‘직선 위원장’
민주노총은 오랜 내부 논란 끝에 2014년 위원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직선제 첫 위원장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을 주도했던 한상균 전 위원장이다. 직선제 도입 효과는 컸다. 직선제 특성상 계파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보니 기존 민족민주(NL) 계열의 국민파와 민중민주(PD) 계열의 중앙파, 현장파 등 3개 계파의 갈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게 민주노총 안팎의 평가다. 최대 계파인 금속노조가 아니라 철도노조 출신인 김 위원장의 당선도 직선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직선제 도입에도 위원장에게는 중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복귀 공약으로 당선됐으나 대의원대회에서 강경 산별노조의 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의원대회는 의무금을 납부하는 조합원 500명당 1명씩 배정되는 대의원 약 1300명으로 구성된 최고의결기구다.
가장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산별노조는 금속노조로 326명이다. 공공운수노조 266명, 보건의료노조 111명으로 세 곳만 합치면 703명으로 전체 대의원 중 절반을 넘는다. 강성노조 3곳이 사실상 민주노총을 휘어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등 자동차노조가 주축인 금속노조와 공공기관·철도노조가 포함된 공공운수노조 등은 자금력으로도 민주노총 전체 조직을 좌지우지한다. 이들 3개 노조가 지난해 납부한 의무금은 총 73억3600만원으로 전체 의무금 수입의 60%를 차지했다. 이들 없이는 총연맹 살림이 불가능해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임금 사업장이 많은 이들 노조의 목소리가 크다보니 밖으로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주장하지만 조직 내에서 비정규직이나 영세업체 근로자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비정규직 조합원에게 무관심한 조직을 성토한 것처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행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올 정도다.
민주노총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위원장을 조합원 직접투표로 뽑아놓고도 사실상 어떤 결정권도 주지 않는 특이한 의결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런 탓에 사회적 대화 복귀를 두 차례나 추진했다가 무산된 현 지도부는 사실상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라고 했다.
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힘입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 78만 명이던 조합원 수는 올 3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103만6000명)을 사실상 제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덩치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이 대표적이다. 경사노위의 파행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사회적 현안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을 점거하고, 국회의사당 담장을 무너뜨리고,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민간기업 임원을 폭행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민주노총의 폭주를 수수방관하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돈·조직 쥔 금속노조 강경파가 100만 조합원 '좌지우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공약에 힘입어 지난해에만 21만 명 급증해 지난 3월 100만 명(전체 임금 근로자의 5%) 돌파를 공식화했다. 제1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103만6000명)을 사실상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양적 팽창에 기반해 세력을 확장한 민주노총은 전국 곳곳에서 불법파업과 폭력·점거시위를 주도하며 ‘권력화된 노조’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수를 제외하고는 조직과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1월 열린 제67차 대의원대회 자료를 토대로 민주노총 내부를 들여다봤다.
민주노총을 움직이는 돈과 조직
민주노총을 움직이는 돈의 대부분은 조합원이 낸 의무금이다. 조합원 한 명이 월 평균 1550원씩 낸다. 소속 연맹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조합원은 1350원, 정규직 조합원은 1750원이다. 지난해 기준 의무금을 납부한 조합원은 66만6566명(67%)으로 총 124억원 정도를 냈다. 이 밖에 잡수입 등을 포함한 지난해 총수입은 134억원이었다. 조합원이 20만 명 이상 늘어난 올해는 총수입이 152억원에 달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전망했다.
정부 지원도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정동 경향신문 별관 13~15층 민주노총 총연맹 사무실 임차료(18억5000만원)와 2층(사무금융연맹), 3층(금속노조) 사무실 등의 임차보증금(11억5000만원) 중 7억2400만원은 국고보조금이다. 서비스연맹, 화학섬유연맹 등의 사무실에도 ‘세금’이 4억원 이상 투입되는 등 민주노총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지원된 보조금은 총 29억9800만원에 달한다. 총연맹이 사용하는 사무실 전체 임차보증금(38억9000만원)의 77%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요청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2004년,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당해 예산으로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7년 합법화 이후 노조의 자주성 확보 등을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노동단체 지원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본부(총연맹)가 아닌 소속 노조에는 지난해 2억6100만원, 올해 3억3500만원 등 매년 3억원 안팎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도 매년 민주노총에 일정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에는 16개 지역본부와 16개 산별노조가 있다. 이들 조직을 총괄하고 총연맹 차원의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사무총국에는 70여 명의 임원과 상근 간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이 8명, 사무총장 외에 9개의 실(총무 기획 조직쟁의 정책 선전홍보 대외협력 미조직전략조직 노동안전보건 대변인)과 3개의 원(법률원 교육원 정책연구원)이 있다.
강성 산별노조에 휘둘리는 ‘직선 위원장’
민주노총은 오랜 내부 논란 끝에 2014년 위원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직선제 첫 위원장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을 주도했던 한상균 전 위원장이다. 직선제 도입 효과는 컸다. 직선제 특성상 계파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보니 기존 민족민주(NL) 계열의 국민파와 민중민주(PD) 계열의 중앙파, 현장파 등 3개 계파의 갈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게 민주노총 안팎의 평가다. 최대 계파인 금속노조가 아니라 철도노조 출신인 김 위원장의 당선도 직선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직선제 도입에도 위원장에게는 중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복귀 공약으로 당선됐으나 대의원대회에서 강경 산별노조의 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의원대회는 의무금을 납부하는 조합원 500명당 1명씩 배정되는 대의원 약 1300명으로 구성된 최고의결기구다.
가장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산별노조는 금속노조로 326명이다. 공공운수노조 266명, 보건의료노조 111명으로 세 곳만 합치면 703명으로 전체 대의원 중 절반을 넘는다. 강성노조 3곳이 사실상 민주노총을 휘어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등 자동차노조가 주축인 금속노조와 공공기관·철도노조가 포함된 공공운수노조 등은 자금력으로도 민주노총 전체 조직을 좌지우지한다. 이들 3개 노조가 지난해 납부한 의무금은 총 73억3600만원으로 전체 의무금 수입의 60%를 차지했다. 이들 없이는 총연맹 살림이 불가능해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임금 사업장이 많은 이들 노조의 목소리가 크다보니 밖으로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주장하지만 조직 내에서 비정규직이나 영세업체 근로자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비정규직 조합원에게 무관심한 조직을 성토한 것처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행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올 정도다.
민주노총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위원장을 조합원 직접투표로 뽑아놓고도 사실상 어떤 결정권도 주지 않는 특이한 의결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런 탓에 사회적 대화 복귀를 두 차례나 추진했다가 무산된 현 지도부는 사실상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라고 했다.
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