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만에 주세체계 바뀌나…조세연 '맥주 먼저 종량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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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중립성 회복' + '전체적 세부담 그대로' = '맥주 먼저 종량세'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맥주 종량세 우선 적용' 주세법 개편방안은 조세중립성 회복이라는 '명분'과 전체적 세 부담을 높이지 않겠다는 '실리'가 얽힌 복잡한 셈법의 결과물이다.
50년 묵은 종가세 체계의 개편은 국책연구기관의 밑그림과 당정의 교감이 일치하며 단계적인 종량세 전환으로 가는 분위기다.
◇ 조세연 "종량세 맥주·탁주 먼저…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조세연이 이날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공통 사항은 맥주의 종량세 우선 전환이다.
소비자가 내는 세금 인상 없이 조세중립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조세연은 맥주의 종량세로 현 주세 수준인 1ℓ당 840.62원을 적용하면 세수 변동 없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며 국내 맥주 업계가 제기한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국산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은 1.80%, 전체 세 부담은 1.64% 감소한다.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와 비교할 때 홍보·마케팅 비용 등이 과세표준에서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과세 역차별' 문제가 해소된다는 의미다.
수입 맥주의 경우 고가 제품의 세 부담은 하락하고 저가는 증가한다.
다만 브랜드나 유통업계의 경쟁에 따라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조세연은 판단했다.
소규모 맥주 업체 납부세액도 현행 1ℓ당 513.70원보다 13.88% 감소한 442.39원이 된다고 조세연은 계산했다.
다만 생맥주는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시적인 세율 인하 등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세연은 제언했다.
조세연이 맥주와 함께 당장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는 주종으로 꼽은 탁주(막걸리)는 1ℓ당 40.44원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맥주 업계와 마찬가지로 탁주 업계에서도 종량세 전환을 환영하고 있으며, 국산 쌀 등 상대적으로 고급 원료를 사용한 고품질 탁주 출시가 늘어나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조세연은 평가했다.
이러한 전환으로 조세연은 맥주 신규 설비투자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조세연은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의 전환은 유예기간(예 : 5년)을 설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나머지 주류는 제품별로 특징과 가격 편차가 크고 구체적인 세 부담 수준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격적인 종량세 전환은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희석식 소주를 포함한 증류주 업계, 탁주와 맥주를 제외한 발효주 업계, 기타주류 등 나머지 업계는 기존 시장 구조를 고려했을 때 종량세 전환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 50년 넘은 종가세 체계, 이번엔 바뀔까…조세硏 공청회만 수차례
50년 넘게 유지됐던 종가세 체계는 비록 일부라도 종량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주세 과세체계가 처음부터 종가세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1949년 주세법 제정 당시만 하더라도 알코올 함량이나 술의 부피·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체계를 기본으로 삼았다.
하지만 1967년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가 도입됐고, 1972년 탁주와 양주까지 종가세 구조에 편입됐다.
이후 주세율 체계를 다시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류업계에서 종량세 전환이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99년 6월 세계무역기구(WTO) 판정을 전후해서다.
WTO는 당시 35%였던 소주 주세율과 100%였던 위스키 주세율 차이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세율을 같이 적용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조세연은 '사회적 비용감축과 WTO 주세판정 이행을 위한 주세율 체계 개편 방향' 공청회를 열고 종가세 체계는 유지하되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똑같이 맞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위스키업계는 종가세 기준을 유지하면 소주만 유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종량세 도입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종량세 논의는 조세연이 2017년 6월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과 국민건강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중 검토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듬해 7월 조세연이 또다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맥주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세청도 맥주의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고 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안 반영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4캔에 1만원' 하던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했고 논의는 멈춰섰다.
당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고 국정감사에서 다른 주류까지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종량세 전환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홍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답변을 통해 "맥주·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올해 인터뷰에서도 "4월까지 주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일정을 못 박았다.
논란 속에 개편방안 발표 일정은 미뤄졌지만, 결국 정부는 이번 주 중반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를 통해 초안이 공개된 용역보고서는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는 맥주·탁주 위주 단계적 종량세 전환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을 통해 확정안 법안은 세제개편안 발표 때 제출해 정기 국회에서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50년 묵은 종가세 체계의 개편은 국책연구기관의 밑그림과 당정의 교감이 일치하며 단계적인 종량세 전환으로 가는 분위기다.
◇ 조세연 "종량세 맥주·탁주 먼저…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조세연이 이날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공통 사항은 맥주의 종량세 우선 전환이다.
소비자가 내는 세금 인상 없이 조세중립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조세연은 맥주의 종량세로 현 주세 수준인 1ℓ당 840.62원을 적용하면 세수 변동 없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며 국내 맥주 업계가 제기한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국산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은 1.80%, 전체 세 부담은 1.64% 감소한다.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와 비교할 때 홍보·마케팅 비용 등이 과세표준에서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과세 역차별' 문제가 해소된다는 의미다.
수입 맥주의 경우 고가 제품의 세 부담은 하락하고 저가는 증가한다.
다만 브랜드나 유통업계의 경쟁에 따라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조세연은 판단했다.
소규모 맥주 업체 납부세액도 현행 1ℓ당 513.70원보다 13.88% 감소한 442.39원이 된다고 조세연은 계산했다.
다만 생맥주는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시적인 세율 인하 등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세연은 제언했다.
조세연이 맥주와 함께 당장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는 주종으로 꼽은 탁주(막걸리)는 1ℓ당 40.44원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맥주 업계와 마찬가지로 탁주 업계에서도 종량세 전환을 환영하고 있으며, 국산 쌀 등 상대적으로 고급 원료를 사용한 고품질 탁주 출시가 늘어나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조세연은 평가했다.
이러한 전환으로 조세연은 맥주 신규 설비투자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조세연은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의 전환은 유예기간(예 : 5년)을 설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나머지 주류는 제품별로 특징과 가격 편차가 크고 구체적인 세 부담 수준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격적인 종량세 전환은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희석식 소주를 포함한 증류주 업계, 탁주와 맥주를 제외한 발효주 업계, 기타주류 등 나머지 업계는 기존 시장 구조를 고려했을 때 종량세 전환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 50년 넘은 종가세 체계, 이번엔 바뀔까…조세硏 공청회만 수차례
50년 넘게 유지됐던 종가세 체계는 비록 일부라도 종량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주세 과세체계가 처음부터 종가세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1949년 주세법 제정 당시만 하더라도 알코올 함량이나 술의 부피·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체계를 기본으로 삼았다.
하지만 1967년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가 도입됐고, 1972년 탁주와 양주까지 종가세 구조에 편입됐다.
이후 주세율 체계를 다시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류업계에서 종량세 전환이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99년 6월 세계무역기구(WTO) 판정을 전후해서다.
WTO는 당시 35%였던 소주 주세율과 100%였던 위스키 주세율 차이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세율을 같이 적용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조세연은 '사회적 비용감축과 WTO 주세판정 이행을 위한 주세율 체계 개편 방향' 공청회를 열고 종가세 체계는 유지하되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똑같이 맞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위스키업계는 종가세 기준을 유지하면 소주만 유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종량세 도입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종량세 논의는 조세연이 2017년 6월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과 국민건강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중 검토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듬해 7월 조세연이 또다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맥주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세청도 맥주의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고 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안 반영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4캔에 1만원' 하던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했고 논의는 멈춰섰다.
당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고 국정감사에서 다른 주류까지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종량세 전환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홍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답변을 통해 "맥주·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올해 인터뷰에서도 "4월까지 주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일정을 못 박았다.
논란 속에 개편방안 발표 일정은 미뤄졌지만, 결국 정부는 이번 주 중반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를 통해 초안이 공개된 용역보고서는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는 맥주·탁주 위주 단계적 종량세 전환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을 통해 확정안 법안은 세제개편안 발표 때 제출해 정기 국회에서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