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때아닌 '국가 핵심기술' 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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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中에 매각되면 전선 기술 유출될라…"
산업부, 조만간 안건 심의·의결
산업부, 조만간 안건 심의·의결
정부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보유한 전선 설계·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대주주인 IMM PE가 대한전선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다. 국내 전선 기술이 중국 기업 손에 들어가면 국내 전선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은 “중국도 이미 보유한 범용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논란
3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접속재 포함)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매각할 때 산업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다.
전선조합도 지난달 2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에 다수 의견으로 찬성하기로 의결했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대한전선이 중국 자본에 팔릴 경우 한국 전선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업체는 LS전선이다. 국가의 기간 산업인 데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전력망)의 핵심인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적으로 500㎸급 이상 초고압교류송전(HVAC),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곳은 유럽, 일본, 한국 기업을 포함해 7개뿐이다.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관련 기술을 보유할 경우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해 관련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지난해 말 중국 ZTT가 터키 전선 업체 드미르 카블 공장을 인수한 뒤 터키는 물론 유럽 주변국 전선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대한전선은 해당 기술이 범용기술이어서 핵심기술로 지정될 자격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전선이 2010년 개발한 HVAC 시스템 기술은 이미 중국 업체들도 가지고 있고, HVDC는 ZTT가 2017년 한국 제품보다 고급형인 525㎸급 XLPE 케이블 개발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XLPE 케이블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XLPE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상용화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중국 매각설’이 발단
국가핵심기술 자격 여부를 두고 두 회사가 맞붙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넥상스, 프리즈미안 등 유럽 업체들은 이미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대한전선이 매물로 나오면 중국 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한전선이 지난달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대주주인 IMM PE는 현재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매각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 다른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기회까지도 막힐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3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접속재 포함)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매각할 때 산업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다.
전선조합도 지난달 2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에 다수 의견으로 찬성하기로 의결했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대한전선이 중국 자본에 팔릴 경우 한국 전선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업체는 LS전선이다. 국가의 기간 산업인 데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전력망)의 핵심인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적으로 500㎸급 이상 초고압교류송전(HVAC),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곳은 유럽, 일본, 한국 기업을 포함해 7개뿐이다.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관련 기술을 보유할 경우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해 관련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지난해 말 중국 ZTT가 터키 전선 업체 드미르 카블 공장을 인수한 뒤 터키는 물론 유럽 주변국 전선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대한전선은 해당 기술이 범용기술이어서 핵심기술로 지정될 자격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전선이 2010년 개발한 HVAC 시스템 기술은 이미 중국 업체들도 가지고 있고, HVDC는 ZTT가 2017년 한국 제품보다 고급형인 525㎸급 XLPE 케이블 개발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XLPE 케이블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XLPE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상용화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중국 매각설’이 발단
국가핵심기술 자격 여부를 두고 두 회사가 맞붙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넥상스, 프리즈미안 등 유럽 업체들은 이미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대한전선이 매물로 나오면 중국 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한전선이 지난달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대주주인 IMM PE는 현재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매각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 다른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기회까지도 막힐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