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장실사 시도가 대우조선 노동조합 반대로 무산됐다.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대우조선 노조는 핵심 생산시설인 거제 옥포조선소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숨겨진 부실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실사가 막히면서 매각 일정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산업은행 직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3일 두 차례 옥포조선소 정문에서 노조 측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노조 측은 “매각을 철회하지 않는 한 실사단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강영 현대중공업 전무(실사단장)는 “인수 계약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장실사는 필요하다”며 “향후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정문을 포함한 옥포조선소 출입문 여섯 곳의 통제를 유지하며 실사단 진입을 막기 위한 대비 태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장실사를 둘러싼 옥포조선소 주변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은이 2008년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인수 후보 4개 기업(한화·포스코·GS·현대중공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았다. 1974년 설립된 대우조선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당시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바뀌었다.

국책은행인 산은 산하로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의 효율성 제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간 과당 경쟁 완화 등을 위해 정부와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면 고용 불안, 지역 경제 침체 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옛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분할한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은 이날 법원에 각각 법인등기를 신청하고 새로 출범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수 예정인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