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3일 오후 2시31분

롯데와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채권·주식 가치가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 채널의 성장이 기존 대형 유통사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예상보다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시각이다.

[마켓인사이트] '유통 빅2' 신용등급 하락 경보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최근 롯데쇼핑이마트의 신용도를 낮추거나 조정 가능성을 암시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지난달 30일 낮췄다.

앞서 29일엔 롯데쇼핑 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떨어뜨렸다. 이마트의 신용도 하락은 2011년 신세계로부터 분리된 이래 처음이다. 롯데쇼핑도 2000년 평가 개시 이후 처음으로 등급이 뒷걸음질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 등급을 지난달 한기평과 똑같이 낮췄고, 이마트는 실적 악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형마트 업체들이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평가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신선식품 배송기술 발달 등으로 온라인 채널의 취급 품목이 식품으로까지 확대됐다”며 “온라인 기업들의 소포장 신선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향상과 소비 행태 변화가 오프라인 매장 방문의 구조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부문 실적도 소비 성향의 양극화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 매출은 호조세지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대거 발길을 돌렸다.

롯데와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 시장에서 투자자를 붙잡지는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이날 14만7000원으로 올 들어서만 19.5% 떨어졌다. 정용진 부회장이 올 들어 241억원어치 주식을 장내 매수했지만 방향을 되돌리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15만9500원으로 24.4%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들의 공격적인 온라인 채널 투자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우려가 주식과 채권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도 재무 안정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 음성구매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에 모두 3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