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회사와 자동차업체, 통신사, 마트 등 대형 가맹업종 간 카드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카드사들은 올해 초부터 적용된 정부의 중소·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를 계기로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에 대해선 수수료 인상안을 꺼내 들었다. 카드사들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르노·한국GM·쌍용자동차와의 올해 수수료를 1.9% 초·중반대로 잠정 합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와 먼저 합의가 이뤄졌고, 르노삼성 및 GM도 쌍용 수준에서 컨센서스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사는 일정 요율을 뺀 돈을 가맹점에 돌려준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대신 받아주고 수수료를 떼가는 셈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은 당장 목돈 없이 비싼 내구재를 구매할 수 있고, 가맹점으로선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2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올해 수수료를 1.99~2.00%로 합의했다. 하지만 3월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이 신한·삼성·KB국민카드에 이 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선언하면서 재협상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율이 1.89%로 공개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당초 안에서 약간 더 수수료율이 낮춰졌다는 점에서 카드사로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대형 가맹업종인 통신 3사와의 수수료 협상도 진전됐다. 대형 카드사 한곳은 통신사와 현행 1.8%에서 0.2%포인트가량 오른 2.0%로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국민의 통신요금을 대납해주는 개념이라 자동차사나 대형마트보다는 협상이 유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종에선 최대 가맹점인 이마트와 대부분 카드사의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수수료율인 1.9~2.0%에서 0.1%포인트 내에서 높인 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절대적 우위라는 게 또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각각의 대형마트와 카드사별로 수많은 제휴상품이 있고, 원가를 따져야 할 항목도 많아 본계약 종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올해 대형 가맹업종과의 협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요구한 인상안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대형마트와의 협상에선 매우 소폭 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