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촬영 대상과 공간, 피해자의 신원 노출 및 촬영물 유포 여부 등을 고려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양형위는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선고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연구·심의하는 대법원 산하 기관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백광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가 2018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164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불법촬영 장소는 지하철(59%), 집(13%), 숙소(10%), 화장실(6%) 순으로 많았다. 촬영 대상은 치마 속(52%)이 절반을 넘었고 알몸, 성관계, 용변 등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10명 중 8명 이상이 모르는 사이였다. 백 판사는 “집·화장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범행이나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촬영,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범행 등은 형량을 가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지인들이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도록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명지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는 “피해자의 가족, 직장 동료 등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특정해 유포한 경우 피해가 심각하다”며 “연인 관계 등에서 보복이나 공갈, 협박 등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가 있을 때도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 대한 촬영이 이뤄진 경우 이미 유포됐는지 등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미 변호사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감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형위는 오는 10일 양형위원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