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난제까지 겹친 삼성전자, '최악 불확실성'에 위기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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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앞두고 검찰 '삼바 수사' 수뇌부 정조준에 '동요'
'메모리 다운턴·미중 통상전쟁' 장기화 우려…'집단우울증' 한탄
이재용, 경영보폭 확대…투자·일자리창출 '미래선도' 역할 강조
"그동안 '삼성의 위기'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불확실성은 없었다."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앞둔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이런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중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불안 지수'가 최악 수준이라는 것이다.
복수의 삼성 임직원들은 3일 "대내외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경영 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에서는 '집단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정도"라면서 "이런 침통한 분위기에서 '신경영 선언일' 기념행사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 2014년 이 회장 입원 전까지는 매년 기념식을 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사내 방송과 인트라넷을 통해 조촐한 기념 이벤트를 했으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2017년 이후에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 "끝 안 보이는 검찰수사"…대법원 판결 앞두고 '좌불안석'
역시 가장 큰 악재는 '마무리를 기약할 수 없는' 검찰 수사다.
특히 그동안 관계사로 향했던 검찰의 화살이 삼성전자 수뇌부를 정조준하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부사장 2명이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오는 4일에도 다른 2명의 부사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총괄하는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 조직이어서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 삼성전자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수사는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상황이 정리되리라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신성장동력 확보 등 사업보다는 사업 외적인 변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재벌개혁'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이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압박했다. ◇ 화웨이 사태 '불똥'에 메모리시장 회복 지연 우려까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위기를 겪은 삼성전자에 그나마 위안이 됐던 '실적 신기록 행진'은 올해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달 가파른 하강곡선을 이어갔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갤럭시폴드의 출시는 뜻하지 않던 품질 논란으로 연기됐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올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연초의 낙관론은 점차 '다운턴(하락국면) 장기화 우려'에 밀리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압박에 따른 '불똥'은 가뜩이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삼성전자에 또다른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거래업체' 가운데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대한 D램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에 이어 무선기술 및 반도체기술 표준을 정하는 와이파이 연맹, 제덱(JEDC) 등의 관계중단 선언으로 사실상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마이크론은 자발적으로, 삼성전자는 비자발적으로 D램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설상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물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경영보폭 확대…투자·고용 '선도역할' 강조
이런 '시계(視界) 제로(0)'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오히려 경영보폭을 넓히며 '재계 1위'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작년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과 최근 마련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투자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당부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위기 때 더 과감한 투자로 기회를 선점해온 과거의 성공전략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선도해야 하는 '삼성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 방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면담에 이어 이달 첫 공개 일정으로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수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보여주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메모리 다운턴·미중 통상전쟁' 장기화 우려…'집단우울증' 한탄
이재용, 경영보폭 확대…투자·일자리창출 '미래선도' 역할 강조
"그동안 '삼성의 위기'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불확실성은 없었다."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앞둔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이런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중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불안 지수'가 최악 수준이라는 것이다.
복수의 삼성 임직원들은 3일 "대내외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경영 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에서는 '집단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정도"라면서 "이런 침통한 분위기에서 '신경영 선언일' 기념행사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 2014년 이 회장 입원 전까지는 매년 기념식을 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사내 방송과 인트라넷을 통해 조촐한 기념 이벤트를 했으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2017년 이후에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 "끝 안 보이는 검찰수사"…대법원 판결 앞두고 '좌불안석'
역시 가장 큰 악재는 '마무리를 기약할 수 없는' 검찰 수사다.
특히 그동안 관계사로 향했던 검찰의 화살이 삼성전자 수뇌부를 정조준하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부사장 2명이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오는 4일에도 다른 2명의 부사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총괄하는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 조직이어서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 삼성전자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수사는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상황이 정리되리라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신성장동력 확보 등 사업보다는 사업 외적인 변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재벌개혁'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이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압박했다. ◇ 화웨이 사태 '불똥'에 메모리시장 회복 지연 우려까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위기를 겪은 삼성전자에 그나마 위안이 됐던 '실적 신기록 행진'은 올해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달 가파른 하강곡선을 이어갔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갤럭시폴드의 출시는 뜻하지 않던 품질 논란으로 연기됐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올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연초의 낙관론은 점차 '다운턴(하락국면) 장기화 우려'에 밀리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압박에 따른 '불똥'은 가뜩이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삼성전자에 또다른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거래업체' 가운데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대한 D램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에 이어 무선기술 및 반도체기술 표준을 정하는 와이파이 연맹, 제덱(JEDC) 등의 관계중단 선언으로 사실상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마이크론은 자발적으로, 삼성전자는 비자발적으로 D램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설상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물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경영보폭 확대…투자·고용 '선도역할' 강조
이런 '시계(視界) 제로(0)'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오히려 경영보폭을 넓히며 '재계 1위'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작년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과 최근 마련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투자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당부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위기 때 더 과감한 투자로 기회를 선점해온 과거의 성공전략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선도해야 하는 '삼성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 방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면담에 이어 이달 첫 공개 일정으로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수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보여주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