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프로가 꿈이던 소녀…지난해 Q스쿨 수석 합격으로 미국 진출 여자골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9번째 우승자가 된 이정은(23)은 2년 전 US오픈을 제패한 박성현(26)처럼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1996년 5월 28일생으로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생일을 맞았던 이정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3년간 골프를 배우다가 그만뒀던 이정은은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레슨 코치가 되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중학교 때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미프로가 돼서 레슨을 하려는 소박한 꿈을 지녔던 그가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인 US오픈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셈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골프였지만 이정은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어크리크배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그해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 중 권위를 인정받는 호심배를 제패한 이정은은 이후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이 됐다. 2015년 유니버시아드를 마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 이후 3부 투어 우승, 시드전 통과 등의 코스를 착실히 밟은 이정은은 2016년 KLPGA 투어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7년은 말 그대로 '이정은의 한 해'였다.
KLPGA 투어 상금과 대상, 다승, 평균 타수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고 여기에 베스트 플레이어, 인기상 등까지 받으며 상이란 상은 모두 다 받았다.
2018년 이정은은 한국과 미국 활동을 병행하는 중에서도 상금 9억 5천만원으로 1위, 평균 타수도 69.87타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8년 11월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획득한 이정은은 일찌감치 올해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지목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아버지(이정호 씨)를 생각해 미국행을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미국으로 짐을 싸 들고 간 것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이정호 씨는 이정은이 4살 때 덤프트럭을 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장애인용 승합차를 직접 운전하며 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등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우느라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정호 씨는 숨은 '탁구 고수'이기도 하다.
장애가 생긴 뒤 탁구 라켓을 잡은 이정호 씨는 2012년과 2013년 장애인 전국체전 복식에서 금메달, 2017년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US여자오픈 전까지 우승은 없었지만 9개 대회에서 '톱10'에 세 차례 드는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신인상 포인트 선두를 달린 이정은은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받아 상금 선두 경쟁에도 뛰어들게 됐다.
키 171㎝인 이정은은 거리가 폭발적인 장타자는 아니지만 드라이브샷이나 아이언, 퍼트 등에 두루 능해 특별한 약점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드라이브샷 비거리 267.4야드로 43위, 그린 적중률 75.5%로 12위, 평균 퍼트 수 29.75개로 35위 등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만 따져서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60.5야드로 8위, 그린 적중률 79.2%로 5위 등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에서 활약할 때 다소 약점으로 지적된 퍼트가 이번 대회 4라운드를 하면서 평균 31개로 공동 23위에 올랐다.
2017년 US오픈에서 첫 승을 따낸 뒤 세계적인 톱 랭커로 발돋움한 박성현의 뒤를 이정은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