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車업계 합종연횡 태풍 예고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목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그룹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FCA가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르노가 이를 받아들이면 연산 870만 대(2018년 기준)의 세계 3위 자동차업체가 탄생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치열한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제품·시장 경쟁력 상승 기대

"뭉쳐야 산다"…車업계 합종연횡 태풍 예고
FCA는 르노에 50 대 50 합병 방식을 제안했다. 네덜란드에 통합 법인 지주회사를 세우고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하되 두 회사가 같은 수의 이사를 지명할 계획이다. 르노는 FCA의 제안에 대해 “관심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FCA는 465만 대, 르노는 388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판매량은 853만 대로 늘어 세계 3위를 차지하게 된다. 르노와 연합을 맺고 있는 닛산(568만 대)과 미쓰비시(122만 대)까지 파트너로 참여하면 판매량은 1543만 대로 증가한다. 도요타(1063만 대)를 제치고 세계 1위 연합이 되는 것이다.

FCA와 르노가 합병하면 합병 회사는 중저가~럭셔리 세단, 레저용 차량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FCA는 피아트,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등 이탈리아 브랜드와 크라이슬러, 지프, 램, 닷지 등 미국 브랜드를 갖고 있다. 르노에는 르노, 다치아, 아브토바즈, 르노삼성이 있다.

주력 시장도 다양해진다. FCA는 현재 미국과 남미, 유럽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르노는 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병 회사의 매출이 1700억유로(약 22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아트는 “폭넓고 상호 보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고급차부터 대중차에 이르기까지 시장 전체를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

FCA가 르노에 합병을 제안한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신차 판매가 둔화하는 등 글로벌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제조업체들도 신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FCA는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 규모의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 중 90%는 구매비 절감과 R&D 효율화,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플랫폼과 엔진 구성을 최적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두 회사의 합병 움직임이 다른 회사의 생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과 연합하는 게 경쟁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혼다와 푸조, 포드 등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미래 기술 투자를 위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협업, 투자, 인수 등 적극적인 합종연횡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