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존중하지만 주변국 안보이익에 영향 미치지 않아야"
"북미대화 통한 문제 해결 계속돼야…중국도 건설적인 노력하겠다"
"시주석 방한, 진전없지만 적극적 자세로 연구하며 한국과 협의중"
中 외교당국자 "미중 무역갈등 속 한국, 올바른 판단 해야"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와중에 중국 외교부 당국자(이하 당국자)가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에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중국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그냥 미국이 바라니까 동참하는 것인지, 옳고 그름을 한국 정부에서 판단해야 하고 기업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양국 관계에서나 어려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런 우여곡절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린 뒤 한국에 '화웨이 제재 전선'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는 또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언급하며 "양자 합의에 따라 이뤄진 한미동맹을 존중한다"면서도 "주변국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과 관련해 진전된 것이 없다는 등 말을 아끼면서도 "적극적 자세로 연구하고 있고 한국 외교부, 주중한국대사관과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에 한국과 북한을 연달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 악화 등 외교적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4번째 상봉을 모두 다 기대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이며, 이를 위해 중국도 건설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간 이견이 있는 비핵화 및 상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강자로서 (미국이) 포용성을 보여주고 먼저 조치하면 좋지만, 그걸 못하더라도 동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 동시·병행적으로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핵실험을 중단했는데 자기 손에 들어온 것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제재완화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어느 정도 비핵화 성과가 있을 때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재(완화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는 "진전없는 북미대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을 향해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중국은 한미 양측에 강경 대응하기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노동당이 새로운 전략 노선을 밝히면서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국제사회를 중시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를 "북한이 핵을 포기해서 평화와 발전을 실현하자는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특히 북한이 표방하는 경제집중 노선은 중국 개혁개방의 시초가 된 1978년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집중 노선을 결정한 것과 유사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 신호"로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