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간 빼앗고 돈까지…국책硏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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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홍보성 행사에 5000만원씩 내라니…"
대북정책 포럼에 드는 비용
산하기관에 노골적 요구 '논란'
대북정책 포럼에 드는 비용
산하기관에 노골적 요구 '논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오는 8월 주최하는 ‘대북 정책 홍보’ 성격의 포럼에 국책연구기관들을 동원하면서 개최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사연과 KIEP는 최근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 기획조정실장들을 불러 모아 ‘DMZ 평화경제 포럼’(가칭) 참석을 요청하며 개최 비용 차원에서 5000만원씩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남북 관계 평화가 곧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게 이 포럼 주제다. 최근 이재영 KIEP 원장이 포럼 개최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고, 이 총리도 행사에 참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기관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포럼 개최 비용을 각 연구기관이 분담한 전례가 드문 데다 노골적인 정책 홍보성 행사에 큰 비용 부담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북관계도 경색된 상황에서 경사연 산하 기관의 70%가량을 포럼에 총동원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이 같은 ‘정책 홍보성 행사’가 부쩍 늘어났다는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 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경사연 본연의 업무인데 1~2년 새 경사연이 포럼에 산하 기관을 동원하는 횟수가 급증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국책연구원 관계자도 “대부분 국책연구기관이 지방으로 흩어졌는데 자꾸 서울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산하 기관을 동원하는 바람에 연구자들이 시간을 뺏기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경사연 관계자는 “비용 분담을 ‘갑질’ 식으로 강요한 게 아니라 기관들에 참여를 권유하면서 각 기관 연구개발 예산을 사용해 해외 연사 섭외 등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5000만원씩 갹출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려면 참여기관이 각자 얼마씩 내면 되겠다고 계산해본 것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사연 주최 포럼이 늘어난 건 공동주최를 원하는 기관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기관별 연구를 경사연이 하나로 통합해 포럼을 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책연구원장 대다수가 정부 정책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됐다”며 “총리까지 오는 대북정책 관련 포럼에 참여 및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데 어떤 기관이 대놓고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국책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성경륭)이 현 정부 들어 상근직으로 바뀌면서 산하 기관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역할을 규정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에는 이사장의 ‘정치 중립’을 요구하는 규정이 있지만 정당활동 등 직접 정치 활동에 한정돼 있어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4일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사연과 KIEP는 최근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 기획조정실장들을 불러 모아 ‘DMZ 평화경제 포럼’(가칭) 참석을 요청하며 개최 비용 차원에서 5000만원씩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남북 관계 평화가 곧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게 이 포럼 주제다. 최근 이재영 KIEP 원장이 포럼 개최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고, 이 총리도 행사에 참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기관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포럼 개최 비용을 각 연구기관이 분담한 전례가 드문 데다 노골적인 정책 홍보성 행사에 큰 비용 부담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북관계도 경색된 상황에서 경사연 산하 기관의 70%가량을 포럼에 총동원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이 같은 ‘정책 홍보성 행사’가 부쩍 늘어났다는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 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경사연 본연의 업무인데 1~2년 새 경사연이 포럼에 산하 기관을 동원하는 횟수가 급증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국책연구원 관계자도 “대부분 국책연구기관이 지방으로 흩어졌는데 자꾸 서울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산하 기관을 동원하는 바람에 연구자들이 시간을 뺏기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경사연 관계자는 “비용 분담을 ‘갑질’ 식으로 강요한 게 아니라 기관들에 참여를 권유하면서 각 기관 연구개발 예산을 사용해 해외 연사 섭외 등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5000만원씩 갹출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려면 참여기관이 각자 얼마씩 내면 되겠다고 계산해본 것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사연 주최 포럼이 늘어난 건 공동주최를 원하는 기관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기관별 연구를 경사연이 하나로 통합해 포럼을 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책연구원장 대다수가 정부 정책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됐다”며 “총리까지 오는 대북정책 관련 포럼에 참여 및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데 어떤 기관이 대놓고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국책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성경륭)이 현 정부 들어 상근직으로 바뀌면서 산하 기관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역할을 규정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에는 이사장의 ‘정치 중립’을 요구하는 규정이 있지만 정당활동 등 직접 정치 활동에 한정돼 있어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