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적법성 가려야"…강성부 펀드, 한진칼에 소송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선임과정 등 놓고 '흔들기' 시도
지난달엔 한진칼 지분 확대도
지난달엔 한진칼 지분 확대도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KCGI가 지난달 29일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4일 공시했다. KCGI는 서울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했다.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조원태 대표를 ‘회장’에 선임하는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것이다.
KCGI는 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와 지급 금액,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은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이라는 점에서 KCGI가 조 신임 회장의 승계를 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조 회장 선임과 퇴직금 지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늘렸다. 지난해 11월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고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은 2.34%다. 한진그룹 승계과정 정조준한 KCGI…경영권 공격 본격화하나
한진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을 정조준했다. 소송을 통해 조 회장 선임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 비핵심자산 매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해온 KCGI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장 선임 적법성 조사해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그룹의 승계를 둘러싼 과정과 내용의 적법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이 지정하는 검사인을 선임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지난달 29일 제기했다. 검사인은 주주총회 의결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선임되는 임시직이다. 상법 제367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지분율 15.98%)는 검사인을 통해 새 회장의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4월 24일 조원태 대표의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가 이뤄졌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 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기재한 경위 및 지시자 △고(故)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 여부와 금액 △퇴직금 지급에 대한 이사회 논의 내용 및 찬성 이사 명단 등을 조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KCGI의 노림수 뭔가
KCGI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8일 작고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총수) 변경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을 새 총수로 하는 서류 제출이 늦어지면서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15일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간 상속 문제)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은 못 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가 조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오너일가 분쟁을 이용해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에까지 손을 뻗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에 문제를 제기한 건 이 퇴직금이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 등 상속인 일가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400여억원을 먼저 받았다. 상속세는 20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사인 지정 요구는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공격 때 쓰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적인 실익보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진그룹 “회장 선임 등 모두 적법”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한진칼은 “4월 이사회에서 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회장은 회사에서 직책을 부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칼 사외이사는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 선임이었고, 회장은 이사회 결의사항도 아니다”며 “이사회에서 회장 선임에 대한 잡음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또 조양호 회장이 400여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퇴직금과 별도로 퇴직위로금을 최대 800억여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유족이 따로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정관과 퇴직금 규정 등에 따르면 퇴직 임원이 특수한 공로를 인정받으면 퇴직금 두 배 이내의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45년간 근무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4월 말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이 대표상속인인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전달됐다”며 “유가족이 퇴직위로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퇴직위로금 액수를 결정하는 이사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창재/최만수/이태호/김보형 기자 yoocool@hankyung.com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KCGI가 지난달 29일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4일 공시했다. KCGI는 서울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했다.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조원태 대표를 ‘회장’에 선임하는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것이다.
KCGI는 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와 지급 금액,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은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이라는 점에서 KCGI가 조 신임 회장의 승계를 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조 회장 선임과 퇴직금 지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늘렸다. 지난해 11월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고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은 2.34%다. 한진그룹 승계과정 정조준한 KCGI…경영권 공격 본격화하나
한진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을 정조준했다. 소송을 통해 조 회장 선임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 비핵심자산 매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해온 KCGI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장 선임 적법성 조사해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그룹의 승계를 둘러싼 과정과 내용의 적법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이 지정하는 검사인을 선임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지난달 29일 제기했다. 검사인은 주주총회 의결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선임되는 임시직이다. 상법 제367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지분율 15.98%)는 검사인을 통해 새 회장의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4월 24일 조원태 대표의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가 이뤄졌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 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기재한 경위 및 지시자 △고(故)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 여부와 금액 △퇴직금 지급에 대한 이사회 논의 내용 및 찬성 이사 명단 등을 조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KCGI의 노림수 뭔가
KCGI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8일 작고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총수) 변경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을 새 총수로 하는 서류 제출이 늦어지면서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15일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간 상속 문제)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은 못 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가 조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오너일가 분쟁을 이용해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에까지 손을 뻗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에 문제를 제기한 건 이 퇴직금이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 등 상속인 일가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400여억원을 먼저 받았다. 상속세는 20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사인 지정 요구는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공격 때 쓰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적인 실익보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진그룹 “회장 선임 등 모두 적법”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한진칼은 “4월 이사회에서 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회장은 회사에서 직책을 부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칼 사외이사는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 선임이었고, 회장은 이사회 결의사항도 아니다”며 “이사회에서 회장 선임에 대한 잡음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또 조양호 회장이 400여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퇴직금과 별도로 퇴직위로금을 최대 800억여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유족이 따로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정관과 퇴직금 규정 등에 따르면 퇴직 임원이 특수한 공로를 인정받으면 퇴직금 두 배 이내의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45년간 근무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4월 말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이 대표상속인인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전달됐다”며 “유가족이 퇴직위로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퇴직위로금 액수를 결정하는 이사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창재/최만수/이태호/김보형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