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품격] '죽=환자식' 고정관념 깬 본죽…어느새 매장수 14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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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는 2002년 9월 서울 대학로에 죽 전문점인 '본죽' 1호점을 열었다. 주변의 시선은 차가웠다. "죽은 아픈 사람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얘기였다. 가정에서 직접 끓여 먹던 죽으로 '시장'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16년이 지난 후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의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외식업체들이 불황에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얻어낸 성과였다. 매장수도 1400개까지 늘었다.
◆'죽=환자식' 고정관념 깬 본죽 '죽=환자식'으로 본 주변 사람들과 달리 김 대표는 죽을 '웰빙' 코드로 읽었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선 '웰빙 트렌드'가 뜨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점점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메뉴와 상관 없이 품질 좋은 식재료를 쓰면 소비자들이 찾을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죽에서 '확장성'도 봤다. 죽은 어느 재료와 섞어도 잘 어울린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본죽은 죽 메뉴만 27가지에 달한다. 팥죽, 흑임자죽, 매생이굴죽부터 전복죽, 홍게죽, 트러플죽까지 다양하다. 특히 '불낙죽'은 이름(불낙·不落) 때문에 11월 수능 시즌에 불티나게 팔리고, '동지'가 있는 12월엔 팥죽, 독감이 자주 유행하는 1~2월엔 전복죽이나 쇠고기 야채죽이 잘 팔린다는 설명이다.
주변에서 "1년도 채 가기 어렵다"고 했지만 본죽 가맹점은 2005년 500개, 2009년 1000개, 2012년 1400여개로 증가했다. 본죽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 처럼 가맹점을 2000개, 3000개씩 내는 대신 본죽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고려해 현재 수준에서 무리하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맹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물류 수익이 생기는 본사로서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게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의 얘기다.
◆죽 노하우를 도시락, 간편식에 적용 본죽 가맹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을 때쯤, 김 대표에게 또 한번 회사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보고가 하나 올라왔다. 죽과 함께 제공하던 장조림을 따로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장조림은 애초에 밑반찬으로 제공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을 중심으로 본죽 장조림에 대한 입소문이 상당히 퍼진 상태였다. 홈쇼핑에서 이 장조림만 별도로 판매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장조림을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김 대표는 메뉴 확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본아이에프는 2006년 본비빔밥, 2008년 본죽&비빔밥카페, 2010년 본도시락, 2015년 본설렁탕을 내놓았다. 본비빔밥은 건강한 재료, 본도시락은 프리미엄급 도시락, 본설렁탕은 한우육수를 콘셉트로 잡았다. '좋은 재료를 쓰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는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김 대표도 장조림에서 얻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는 이들 브랜드의 총 가맹점수는 1793개(2017년 기준)로 2014년에 비해 227개 증가했다. 임대료 및 최저임금 상승, 외식업 장기불황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지난해 매출도 2069억원으로 전년보다(1727억원) 약 20% 증가했다.
본아이에프는 제3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유동식(소화가 쉽도록 묽게 만든 음식) 생산 전문기업 '순수본'을 설립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노인식·병원식·영유아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 안에 3만3000㎡ 규모의 공장도 지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