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중재 나서는 日 아베, 성과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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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14일 이란 방문길…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만날 듯
'중재 역할' 부친 따라갔던 이란, 36년 만에 재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2일 사흘 일정으로 이란 방문길에 오른다.
핵 개발 문제를 놓고 서방 국가들과 오랜 기간 대립해온 이란의 대미(對美) 관계는 친 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층 나빠졌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이탈한 뒤 제재를 강화하자 이에 반발하는 이란은 핵 활동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미국은 이란 주변에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의 파견을 발표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 대화의 다리를 놓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 현역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1905∼1995) 이후 41년 만이고, 1979년 이란에서 발발한 호메이니 주도의 이슬람 혁명 이후로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이란 방문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하고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했을 때 굳어졌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 도쿄 롯폰기의 로바다야키 식당에서 아베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함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이란의 우호 관계를 알고 있다.
신조(아베 총리의 이름)가 이란에 가게 된다면 서둘러 갔다 오면 좋겠다.
나는 군사 충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아베 총리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관저에서 만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으로부터 이란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을 알리고 이란 방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5월 27일 도쿄 모토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동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해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확정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란 정세가 거론됐는데, 당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의향을 알아챈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조기 방문을 요청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서방과 비교하면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한 일본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개역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국제사회의 구조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는 내용의 2015년 핵 합의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했고,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 5월 기존 핵 합의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탈 입장을 밝힌 뒤 경제제재를 재개했다.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끌었던 유럽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중재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이런 환경이 중재자로서 일본의 부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란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이어온 일본의 외교도 아베 총리가 중재자로 나서는 데 적합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은 서방권 주도의 대 이란 제재에 부정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원유 수출국인 이란과 우호 관계를 지켜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이번 이란 방문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일본이 대화를 중개하기에 현 이란 정세가 너무나 엄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아베 총리 주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 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1983년 8월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 당시 외무상을 따라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신타로는 이란이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당시에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이란을 찾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그때 외무상 비서관으로 동행했다.
아베 총리는 주위에 "그때 이란은 어두웠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밤에 총성이 여러 번 울렸는데, 나중에 누군가 처형되는 소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이란 방문에 대해 "아버지와 같은 목적으로 이란을 다시 찾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외무성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란 입장에선 신타로 외무상의 중재 외교에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부친을 이어 이란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중재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중재 역할' 부친 따라갔던 이란, 36년 만에 재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2일 사흘 일정으로 이란 방문길에 오른다.
핵 개발 문제를 놓고 서방 국가들과 오랜 기간 대립해온 이란의 대미(對美) 관계는 친 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층 나빠졌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이탈한 뒤 제재를 강화하자 이에 반발하는 이란은 핵 활동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미국은 이란 주변에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의 파견을 발표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 대화의 다리를 놓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 현역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1905∼1995) 이후 41년 만이고, 1979년 이란에서 발발한 호메이니 주도의 이슬람 혁명 이후로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이란 방문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하고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했을 때 굳어졌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 도쿄 롯폰기의 로바다야키 식당에서 아베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함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이란의 우호 관계를 알고 있다.
신조(아베 총리의 이름)가 이란에 가게 된다면 서둘러 갔다 오면 좋겠다.
나는 군사 충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아베 총리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관저에서 만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으로부터 이란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을 알리고 이란 방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5월 27일 도쿄 모토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동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해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확정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란 정세가 거론됐는데, 당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의향을 알아챈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조기 방문을 요청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서방과 비교하면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한 일본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개역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국제사회의 구조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는 내용의 2015년 핵 합의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했고,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 5월 기존 핵 합의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탈 입장을 밝힌 뒤 경제제재를 재개했다.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끌었던 유럽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중재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이런 환경이 중재자로서 일본의 부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란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이어온 일본의 외교도 아베 총리가 중재자로 나서는 데 적합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은 서방권 주도의 대 이란 제재에 부정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원유 수출국인 이란과 우호 관계를 지켜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이번 이란 방문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일본이 대화를 중개하기에 현 이란 정세가 너무나 엄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아베 총리 주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 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1983년 8월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 당시 외무상을 따라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신타로는 이란이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당시에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이란을 찾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그때 외무상 비서관으로 동행했다.
아베 총리는 주위에 "그때 이란은 어두웠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밤에 총성이 여러 번 울렸는데, 나중에 누군가 처형되는 소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이란 방문에 대해 "아버지와 같은 목적으로 이란을 다시 찾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외무성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란 입장에선 신타로 외무상의 중재 외교에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부친을 이어 이란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중재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