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규모(잔액)가 지난 4월 180조원을 넘겼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업의 기술투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이다. 경쟁력있는 기술을 보유했지만 담보가 부족한 혁신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됐다. 도입 6년째인 올해 대부분 은행이 기술신용대출에 적극 나서지만 일부 은행이 슬그머니 규모를 줄여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권 기술금융 대출, 기업·국민·신한 '톱3'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은행 17곳(시중·특수·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80조1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43조9227억원)보다 25.2% 증가했다. 2017년(107조2443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68.0% 뛰었다.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4월 123만3219건으로 전년 동기(94만4597건) 대비 30.6% 증가했다.

17곳 중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잔액은 59조3038억원으로 전체의 32.9%를 차지했다. 국민은행(25조8134억원) 신한은행(23조6587억원) 우리은행(22조5528억원) KEB하나은행(20조4613억원)이 2~5위를 기록했다.

수출입은행, SC제일은행, 농협은행 등 세 곳은 전년 동기 대비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및 금융당국의 관심이 적어진 틈을 타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전년 동기(1240억원)보다 60.5% 줄어든 490억원에 그쳤다. SC제일은행은 2381억원에서 1668억원으로, 농협은행은 5조3810억원에서 4조6764억원으로 줄었다. 1년 새 각 29.9%, 13.1% 감소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기술금융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채용해 공급 및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8044억원) SC제일은행(1668억원) 제주은행(709억원) 수출입은행(490억원) 전북은행(406억원) 등이 하위 5개 은행으로 꼽혔다.

기술신용대출은 일반 기업대출보다 기술력 평가 비중이 크다. 일반 기업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으면서 대출 한도는 많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아 부담스럽다는 은행도 있다. ‘정부 눈치를 살피는’ 은행이 적지 않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제 전반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은행들의 자발적인 기술신용대출 활성화를 이끌어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