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 '솔솔'…추가상승에는 신중론
'고양선 효과' 향동·'신도시 불발' 광명은 강세
서울 아파트값 ‘박스권 탈출’ 힘들어
5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하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재건축 중심 투자 수요가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 요인으로는 △공시가격 발표에 따른 세금 불확실성 해소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2%대 하락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인한 투자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금리 인하가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 금리 인하로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자산가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꼬마 빌딩’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이미 연 3%대로 낮은 상태이고, 대출규제마저 엄격한 만큼 금리 인하가 강남 아파트값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후반과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많아 가격 상승은 어렵다”고 했다. 서울 강남 3구에서 하반기까지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만7572가구(일반분양 4183가구)다. 작년 하반기(9181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영향으로 경기 고양 일산과 파주, 인천 검단신도시 등 수도권 북서부 신도시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은 편이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산과 다산신도시 등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인데 3기 신도시가 분양을 시작하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고양시청과 6호선 새절역을 잇는 고양선(가칭)이 지나는 고양시 향동·능곡·화정지구와 신도시 지정을 피한 광명시 등은 집값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반짝 반등’은 희소가치 상승으로 해석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재건축이 막히는 등 공급이 줄어 강남의 희소성이 더 높아졌다”며 “한강변 알짜 단지 등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약세장 지속…갭투자 ‘진퇴양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입주 물량이 충분해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달 서울 강동구와 관악구, 경기 안산시와 평택시 등에서 1만9564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강동구에 래미안명일역솔베뉴 1900가구가 입주하는 데 이어 관악구 e편한세상서울대입구아파트 153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의 전세가는 계속 마이너스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지방의 산업 침체로 5대 광역시 가운데 ‘대·대·광(대구 대전 광주)’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박원갑 위원은 “지방 집값은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라가기 힘들다”며 “충청권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서 악화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하반기 분양시장과 관련, “비(非)규제지역인 대·대·광에 유동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과 대·대·광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은 “전세가격 하락으로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기에 대거 투자에 나섰던 갭투자자들이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철/민경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