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등의 증상 개선 용도로 기능성 화장품 범위를 확대한 정부 정책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이를 막기 위한 화장품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피부과 의사와 환자들이 제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난치성 질환 치료 용도로 화장품을 잘못 사용해 증상만 심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피부과의사회,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5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합동간담회를 열고 “기능성 화장품에 아토피 피부염, 여드름 등 질환명과 효과를 표시하도록 허용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능성 화장품에 질환명이 표기되면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화장품에 의존해 오히려 치료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5월 기능성 화장품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이전에는 피부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만 기능성 화장품 범위에 포함됐다. 지금은 의약외품으로 관리되던 탈모 방지 제품, 여드름 완화 제품 등이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아토피 피부염 완화 제품, 튼살 개선 제품도 새롭게 기능성 화장품 범위에 들어갔다.

제도 시행 2년이 지나면서 탈모샴푸, 염모제 등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대부분 전환됐다. 튼살 완화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 용도로 허가받은 화장품은 없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면서다. 식약처는 한 사설 임상시험 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아토피 피부염 개선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부과 의사들은 기능성 화장품 범위를 확대한 화장품법 시행규칙 도입이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수차례 화장품법을 개정하려다 국회 문턱에 막히자 시행규칙을 바꾸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토피 피부염 등 질환명이 들어간 제품을 기능성 화장품에서 제외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성준 대한피부과학회장은 “화장품에 질환명이 표기되면 국민들이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화장품에만 의존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피부과 의사들이 치료 시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기능성 화장품 확대 정책에 반대한다고 비판한다.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에 의사들이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