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분쟁이 멕시코 등으로 확대되며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연방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무역 마찰과 관련한) 상황 변화가 미국의 경제 전망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언제나 그랬듯이 경제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날 미 증시는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오르는 등 2% 이상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연 2.085%에서 연 2.130%로 올랐다.

월가는 무역분쟁이 확대되자 파월 의장이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틀 전 CBS 인터뷰에서 “Fed가 생각하는 미 정책금리는 적절한 지점에 있다”고 밝혔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Fed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로 돌아선 Fed…월가, 하반기 두 차례 단행 전망

금리인하 시사한 파월 "경제 확장세 유지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연방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무역마찰과 관련한) 상황 변화가 미국의 경제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언제나 그랬듯이 경제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지난 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좋은 지점에 있고 경제 전망도 양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새 이런 파월 의장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월가는 사방으로 번지는 무역분쟁이 파월 의장의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3.1%(전분기 대비 연율환산) 성장하며 부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이 중단된 뒤 침체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이 가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묶인 이웃 나라 멕시코에 대한 공격은 금융시장을 더 큰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스닥지수는 미·중 무역분쟁에 멕시코가 더해지고,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등이 겹치면서 최근 한 달 새 10% 이상 떨어졌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연2.25~2.5%)보다 낮은 연 2.1%대로 추락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멕시코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0.7%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에선 Fed가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당초 내년까지 동결을 예상하던 바클레이즈는 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두 차례(0.7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연내 금리 인상을 예상하던 JP모간은 오는 9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크레디트스위스는 7월 인하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의 페드워치는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이 내년 1월까지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하할 가능성 98.5%, 두 차례 이상 내릴 가능성 88%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Fed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Fed가 여름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뒤 필요하면 가을에 추가로 내려야 확실히 불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