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참사에 伊여행업계도 '술렁'…"각성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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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업체들 활개"…"살얼음판 걷는 심정"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벌어진 유람선 참사로 한국인 2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나자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이탈리아의 한인 여행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5일 로마의 한인 관광업계에 따르면 이곳 역시 최근 급증하는 자유여행객들을 겨냥한 무허가 한인 자유여행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까닭에 만의 하나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부 업체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베네치아, 친퀘테레, 남부 아말피 해안, 카프리섬 등 몇몇 지역의 경우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작년에 이탈리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1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여행사가 짜준 일정에 따라 가이드의 인솔로 이동하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다니는 자유여행이 각광받는 최근 흐름에 맞춰 관광객들을 현지에서 모아 명소를 안내하고, 차량을 제공하는 자유여행 업체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근래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을 모집해 현지 자유여행 업체들이나 개인 가이드들에게 연결해주는 회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별다른 투자 없이도 가이드와 차량 정도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여행객들을 모아 투어를 진행하는 소규모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로마 시내만 해도 한국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자유여행사는 현재 약 15개에 달하며, 이 회사들에 소속된 한인 가이드만 해도 12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 상당수가 정식 사업권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사고 시 무방비 상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식으로 여행업을 하려면 여행사가 관할 행정 기관에서 정식 인가를 받고, 현지 자격증을 소지한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여행 선발 업체 몇 군데를 제외한 상당수의 한인 회사들은 정식 인가 없이 불법 영업 내지는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 일부는 당국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현지 교민이나, 1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입국한 20대 청년들을 임시 가이드로 고용해 로마 시내 투어나 남부 버스 투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자유여행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진행하는 남부 버스 투어는 폼페이, 나폴리, 아말피 해안, 카프리섬 등을 여행사가 제공하는 버스를 이용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코스로 짜인다.
한인 여행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교민은 "솔직히 말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하루에도 무허가 여행 업체가 운영하는 전세 버스가 한국인 여행객들을 가득 태운 채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내려야 하는 아말피 해안 코스를 수십 회 오가고 있는데, 만약 자칫 대형 사고라도 나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허가 업체들의 경우 관청에서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에도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운행하고 있는 버스의 경우 사고 시 탑승객들에게 10∼20만 유로(약 1억3천만∼2억6천만원)를 보상해 주는 보험에 일반적으로 가입해 있으나, 전체 탑승객 수로 나누면 실질적으로 보상 가능한 액수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거나 현지 관청의 인가가 없는 자유여행 업체가 진행하는 투어를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한국에서 출발할 때 개별적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셈이다.
상당 수 여행사는 또한 이탈리아 현지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까닭에 이탈리아 재무 경찰 등의 불시 검문이 이뤄지면 불법 영업이 탄로 나 투어가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안고 있다.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 여행사들도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영업에 가세하면서 업체끼리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적정한 가격을 받아야,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고 안전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기 마련인데 최근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으로는 로마의 한인 관광업계의 자구 노력도 싹트고 있다.
로마를 근거지로 영업을 하는 자유여행사 8곳은 이탈리아한인자유여행사협회(ATCI)를 창설하기로 최근 뜻을 모으고, 창립 준비를 하고 있다.
협회를 이끌게 된 유경훈 회장은 "돈이 들더라도 이곳 당국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세금도 내는 등 제도권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영업해야 어수선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동시에 고객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협회 설립의 취지를 밝혔다.
유 회장은 "향후 변호사를 고용해 한인들을 상대로 허가 없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들의 실태를 이탈리아 경찰에 신고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로마의 경우에는 교민 대다수가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이번 다뉴브강 참사를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하며 가슴 아파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탈리아 여행업계 역시 여행객의 안전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교민 사회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벌어진 유람선 참사로 한국인 2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나자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이탈리아의 한인 여행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5일 로마의 한인 관광업계에 따르면 이곳 역시 최근 급증하는 자유여행객들을 겨냥한 무허가 한인 자유여행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까닭에 만의 하나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부 업체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베네치아, 친퀘테레, 남부 아말피 해안, 카프리섬 등 몇몇 지역의 경우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작년에 이탈리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1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여행사가 짜준 일정에 따라 가이드의 인솔로 이동하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다니는 자유여행이 각광받는 최근 흐름에 맞춰 관광객들을 현지에서 모아 명소를 안내하고, 차량을 제공하는 자유여행 업체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근래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을 모집해 현지 자유여행 업체들이나 개인 가이드들에게 연결해주는 회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별다른 투자 없이도 가이드와 차량 정도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여행객들을 모아 투어를 진행하는 소규모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로마 시내만 해도 한국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자유여행사는 현재 약 15개에 달하며, 이 회사들에 소속된 한인 가이드만 해도 12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 상당수가 정식 사업권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사고 시 무방비 상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식으로 여행업을 하려면 여행사가 관할 행정 기관에서 정식 인가를 받고, 현지 자격증을 소지한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여행 선발 업체 몇 군데를 제외한 상당수의 한인 회사들은 정식 인가 없이 불법 영업 내지는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 일부는 당국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현지 교민이나, 1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입국한 20대 청년들을 임시 가이드로 고용해 로마 시내 투어나 남부 버스 투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자유여행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진행하는 남부 버스 투어는 폼페이, 나폴리, 아말피 해안, 카프리섬 등을 여행사가 제공하는 버스를 이용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코스로 짜인다.
한인 여행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교민은 "솔직히 말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하루에도 무허가 여행 업체가 운영하는 전세 버스가 한국인 여행객들을 가득 태운 채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내려야 하는 아말피 해안 코스를 수십 회 오가고 있는데, 만약 자칫 대형 사고라도 나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허가 업체들의 경우 관청에서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에도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운행하고 있는 버스의 경우 사고 시 탑승객들에게 10∼20만 유로(약 1억3천만∼2억6천만원)를 보상해 주는 보험에 일반적으로 가입해 있으나, 전체 탑승객 수로 나누면 실질적으로 보상 가능한 액수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거나 현지 관청의 인가가 없는 자유여행 업체가 진행하는 투어를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한국에서 출발할 때 개별적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셈이다.
상당 수 여행사는 또한 이탈리아 현지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까닭에 이탈리아 재무 경찰 등의 불시 검문이 이뤄지면 불법 영업이 탄로 나 투어가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안고 있다.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 여행사들도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영업에 가세하면서 업체끼리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적정한 가격을 받아야,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고 안전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기 마련인데 최근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으로는 로마의 한인 관광업계의 자구 노력도 싹트고 있다.
로마를 근거지로 영업을 하는 자유여행사 8곳은 이탈리아한인자유여행사협회(ATCI)를 창설하기로 최근 뜻을 모으고, 창립 준비를 하고 있다.
협회를 이끌게 된 유경훈 회장은 "돈이 들더라도 이곳 당국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세금도 내는 등 제도권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영업해야 어수선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동시에 고객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협회 설립의 취지를 밝혔다.
유 회장은 "향후 변호사를 고용해 한인들을 상대로 허가 없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들의 실태를 이탈리아 경찰에 신고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로마의 경우에는 교민 대다수가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이번 다뉴브강 참사를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하며 가슴 아파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탈리아 여행업계 역시 여행객의 안전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교민 사회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