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무학 소주 가격 동결에 참이슬·처음처럼 '냉가슴'
전국구 소주업체와 지역 기반 소주업체 간 가격 정책에 차이를 보이면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격을 동결한 업체를 칭찬하는 반응부터 일반 음식점 등 소매상들이 지나치게 소주값을 올리는 게 문제라는 설명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일부터 '참이슬' 소주의 공장 출고 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의 공장 출고 가격은 병당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 올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면서 "3년여간 누적된 인상요인이 10% 이상 발생했으나,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달 사이에 소주 2위 업체인 롯데주류도 가격을 인상했다. 이 업체에서 생산하는 '처음처럼'은 지난 1일부터 출고가 기준 1006.5원에서 1079.1원으로 7.2% 올랐다.

롯데주류는 "그동안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출고가를 유지해왔지만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해 누적된 원가 부담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출고가를 인상하게 됐다"고 하이트진로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지난달 12일 광주·전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업체 보해양조는 자사의 대표제품인 '잎새주'의 공장 출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밝혀 소주 가격 인상 도미노에 제동을 걸었다.
보해양조·무학 소주 가격 동결에 참이슬·처음처럼 '냉가슴'
보해양조 고위 관계자는 "타 회사들이 소주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잎새주 가격 인상을 고민했지만 지역에서 잎새주에 대한 '충성고객' 등을 생각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업체 무학도 '딱 좋은데이'를 비롯해 자사 전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무학의 이번 결정으로 '딱 좋은데이'는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병당 공장출고가 1006.9원을 유지하게 됐다.

이수능 무학 대표이사는 "지난달 소주 1위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를 6.45% 인상한 데 이어 소주 2위 롯데주류로 '처음처럼' 출고가를 7.21% 인상했다"며 "원재료비, 최저임금 상승과 경쟁에 따른 판매촉진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도 비슷하지만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 경기불황 속에서 소주 가격마저 인상하면 소비위축으로 지역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세종, 충남지역에 주력하는 소주회사 맥키스컴퍼니도 '이제우린' 가격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전국구 소주와 지방 소주간의 가격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지역 소주의 가격 동결을 반기면서 참이슬, 처음처럼 등의 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오 모(56)씨는 "안주가 아니라 소주값 때문에 직원들과 회식 하기가 겁날 정도"라며 "소주업체들은 이제 소주를 '서민의 술'이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소주업체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두 업체의 실제 소주 출고가 인상률은 10%로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소매점에서 소줏를 1000원 이상 인상된 가격에 파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1998년 참이슬이 처음 출시됐을 때 출고가는 510원이었고 2000년 주세가 35%에서 72%로 인상되면서 640원으로 인상됐다. 이후 가격이 추가로 조정되면서 1081.2원까지 올랐지만 연도별로 계산하면 매년 27.2원에 오른 것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소매점 소줏값은 최저 1500원이었지만 현재 6000원을 받는 곳도 생겼다. 공장 출고가를 훨씬 웃도는 인상률이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맥주 업계로부터 시작된 주세법 개정이 소주 업계에 불리해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 가격 소폭 인상으로 소비자 저항까지 높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보해양조·무학 소주 가격 동결에 참이슬·처음처럼 '냉가슴'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