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앞두고 '참변'
지난 4일 오전 7시 34분께 출근 중이었던 최모(29) 씨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해 달려오던 박모(40) 씨의 소형 화물차를 발견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정면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박씨 차에 타고 있던 3세 아들도 숨졌다.
사망한 최 씨는 청양군에 있는 한 식품회사 연구원으로 이달 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로 부서진 차 안에는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여러장 있었다.
소형 화물차 운전자인 박 씨는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전자는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한달 앞두고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헤럴드경제는 보도했다.
박 씨는 사고 당일 새벽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3시34분쯤 경부고속도로 경남 남양산IC로 진입해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 신양IC 인근까지 정상주행했지만, 오전 7시16분쯤부터 차를 반대로 돌려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TV에는 대형 화물차를 비껴간 역주행 화물차가 마주 오던 최씨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 씨 아내는 "남편이 조현병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 약을 먹지 않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이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 창원 아파트 이웃 여성 살해 장모(18) 군도 조현병 환자였다.
조현병은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지면서 또다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임 교수 사건 이후 국회는 이른바 '임세원법' 2개를 처리했다.
정부도 정신질환자 치료·보호를 위한 국가 책임이 강조되자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다.
조현병과 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가 5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발병기 집중 치료와 정기적인 외래치료 등을 해야 하지만 환자 수가 많아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사례관리 인력 부족, 재활시설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외래 또는 입원치료를 받도록 강제하는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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