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넘어 식품·화장품·부동산까지…LF, 거침없는 영토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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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LF
45년 전통 국내 최고 기성복 업체
신사복·숙녀복·캐주얼·스포츠웨어 등 생산
45년 전통 국내 최고 기성복 업체
신사복·숙녀복·캐주얼·스포츠웨어 등 생산
손예진, 김남주 등 유명 여배우들이 입어 일명 ‘여배우 드레스’로 불린 옷이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 아떼바네사브루노의 꽃무늬 원피스다. 지난해 일곱 차례나 재생산에 들어간 이 옷은 LF의 김정규 숙녀2사업부장(40)이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상품화해 히트를 쳤다. LF가 30~40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국내 최초의 고급 기성복 업체
1974년 반도패션으로 시작한 LF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기성복 업체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세련된 옷을 만들어왔다. 그 덕분에 45년간 한국 소비자들의 옷 입는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 신사복부터 여성스러운 숙녀복, 젊은 층을 위한 캐주얼과 스포츠웨어, 가방 등 액세서리와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패션 사업을 넓혀왔다. 반도패션 서울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1983년엔 국내 최초의 대형 종합매장을 열었다.
LF는 무엇보다 사내 교육과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팀을 맡기고 아이디어를 낼 기회를 열어줬다. 최근 3M의 문구 브랜드 포스트잇과 협업해 TNGT 포스트잇 티셔츠를 출시한 것도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내벤처 공모전을 통해 올봄 첫선을 보인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도 젊은 감각의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사업으로 확장한 사례다. 출시 한 달 만에 데님 재킷 등 인기 상품이 재생산에 들어가는 등 신규 브랜드 중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LF는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이를 제품 개발과 프로모션 등에 반영하는 대표적인 회사”라고 평가했다.
소비자와 소통하며 혁신
LF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끊임없이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혁신하는 기업을 추구한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헤지스의 명동 플래그십스토어가 대표적 예다. 수익을 올려야 할 비싼 땅에 낸 대형 매장이지만 이곳은 고객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1층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들여놓고, 매달 유명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를 연다. 작년 12월엔 박준 시인, 김민정 작가, 김영하 소설가 등을 초청했고 올해 들어서는 이병률 시인을 비롯해 이슬, 이승우, 에릭 파이, 박상영, 은희경 등 유명 작가를 초대했다. 이 북토크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신청자가 매달 쏟아져 30여 명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북토크는 헤지스 북토크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브랜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작가의 저서와 개인 스토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토크에 온 소비자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매장을 둘러보며 브랜드를 경험하게 될 뿐이다. 이를 통해 LF는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하며 브랜드 인지도, 선호도를 높여가는 ‘롱런’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로 성장동력 확보
반도패션에서 출발해 LG패션으로, 2014년엔 지금의 LF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본업인 패션사업에 중점을 두면서도 식음료와 외식사업,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보육서비스, 방송, 부동산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F의 공격적 사업 확장은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엔 패션 전문 온라인 기업 트라이씨클과 여성 전문채널인 동아TV를 인수했고, 2017년엔 인덜지(수입주류 유통업체), 모노링크(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폴라리스TV, 구르메F&B(유럽 식자재 유통업체), 크라제버거 상표권, 아누리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작년에는 코람코자산신탁까지 품에 안으며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정체돼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LF몰 등 온라인 채널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LF는 성장성이 큰 화장품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우선 2016년 프랑스 고가 뷰티 브랜드 ‘불리 1803’과 네덜란드 브랜드 ‘그린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엔 체코 브랜드 ‘보타니쿠스’를 국내에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 기반을 닦았고, 지난해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인 남성용 브랜드 ‘헤지스맨 룰429’를 시장에 내놨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남성용 화장품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아이디어 내면 누구든 보상
현재의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LF는 무엇보다 직원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지 않으면, 이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금세 도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월례 세미나를 열어 유명 강사를 초청, 직원들이 자유롭게 강연을 듣게 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최근엔 구글코리아 매니저를 초청해 ‘지속혁신을 만드는 구글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들었고, 김대식 KAIST 교수는 ‘뇌 기술을 활용한 고객 소비 패턴 분석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동근 삼정KPMG 상무의 ‘리테일 4.0시대, 리테일 패러다임의 전환’ 강연,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강의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LF는 월례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자유분방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F 관계자는 “사내 MBA 과정을 수료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데다 이들이 추천한 강사를 따로 월례 세미나에도 초청하는 등 선순환구조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며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국내 최초의 고급 기성복 업체
1974년 반도패션으로 시작한 LF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기성복 업체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세련된 옷을 만들어왔다. 그 덕분에 45년간 한국 소비자들의 옷 입는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 신사복부터 여성스러운 숙녀복, 젊은 층을 위한 캐주얼과 스포츠웨어, 가방 등 액세서리와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패션 사업을 넓혀왔다. 반도패션 서울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1983년엔 국내 최초의 대형 종합매장을 열었다.
LF는 무엇보다 사내 교육과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팀을 맡기고 아이디어를 낼 기회를 열어줬다. 최근 3M의 문구 브랜드 포스트잇과 협업해 TNGT 포스트잇 티셔츠를 출시한 것도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내벤처 공모전을 통해 올봄 첫선을 보인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도 젊은 감각의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사업으로 확장한 사례다. 출시 한 달 만에 데님 재킷 등 인기 상품이 재생산에 들어가는 등 신규 브랜드 중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LF는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이를 제품 개발과 프로모션 등에 반영하는 대표적인 회사”라고 평가했다.
소비자와 소통하며 혁신
LF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끊임없이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혁신하는 기업을 추구한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헤지스의 명동 플래그십스토어가 대표적 예다. 수익을 올려야 할 비싼 땅에 낸 대형 매장이지만 이곳은 고객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1층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들여놓고, 매달 유명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를 연다. 작년 12월엔 박준 시인, 김민정 작가, 김영하 소설가 등을 초청했고 올해 들어서는 이병률 시인을 비롯해 이슬, 이승우, 에릭 파이, 박상영, 은희경 등 유명 작가를 초대했다. 이 북토크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신청자가 매달 쏟아져 30여 명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북토크는 헤지스 북토크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브랜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작가의 저서와 개인 스토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토크에 온 소비자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매장을 둘러보며 브랜드를 경험하게 될 뿐이다. 이를 통해 LF는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하며 브랜드 인지도, 선호도를 높여가는 ‘롱런’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로 성장동력 확보
반도패션에서 출발해 LG패션으로, 2014년엔 지금의 LF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본업인 패션사업에 중점을 두면서도 식음료와 외식사업,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보육서비스, 방송, 부동산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F의 공격적 사업 확장은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엔 패션 전문 온라인 기업 트라이씨클과 여성 전문채널인 동아TV를 인수했고, 2017년엔 인덜지(수입주류 유통업체), 모노링크(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폴라리스TV, 구르메F&B(유럽 식자재 유통업체), 크라제버거 상표권, 아누리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작년에는 코람코자산신탁까지 품에 안으며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정체돼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LF몰 등 온라인 채널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LF는 성장성이 큰 화장품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우선 2016년 프랑스 고가 뷰티 브랜드 ‘불리 1803’과 네덜란드 브랜드 ‘그린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엔 체코 브랜드 ‘보타니쿠스’를 국내에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 기반을 닦았고, 지난해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인 남성용 브랜드 ‘헤지스맨 룰429’를 시장에 내놨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남성용 화장품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아이디어 내면 누구든 보상
현재의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LF는 무엇보다 직원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지 않으면, 이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금세 도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월례 세미나를 열어 유명 강사를 초청, 직원들이 자유롭게 강연을 듣게 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최근엔 구글코리아 매니저를 초청해 ‘지속혁신을 만드는 구글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들었고, 김대식 KAIST 교수는 ‘뇌 기술을 활용한 고객 소비 패턴 분석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동근 삼정KPMG 상무의 ‘리테일 4.0시대, 리테일 패러다임의 전환’ 강연,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강의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LF는 월례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자유분방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F 관계자는 “사내 MBA 과정을 수료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데다 이들이 추천한 강사를 따로 월례 세미나에도 초청하는 등 선순환구조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며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