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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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미래에 대한 내기에 최근 100억달러를 걸었다. 그는 100억달러를 투자해 ‘구식’ 석유회사인 옥시덴탈이 미국의 셰일 리더인 아나다코를 사들이는 것을 도왔다.

[column of the week] 녹색에너지가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면?
녹색에너지를 홍보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워런 버핏(사진)이 완전히 한물간 ‘1919년 말 시골 농장’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확실히 지금은 녹색에너지 시대다. S&P500의 석유·가스 점유율은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나스닥의 클린 및 그린에너지 지수 등은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부터 시장, 주지사까지 연일 녹색에너지로 구식 에너지를 대체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100여 개 도시가 이런 약속을 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는 미국 에너지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제 미국인들은 화석연료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질문들을 한번 던져보는 건 어떨까. 신재생에너지가 지금의 화석연료가 제공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람이나 태양열이 과연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지난 15년 동안 미국 셰일이 생산한 것보다 250% 더 많은 에너지를 녹색에너지로 만들겠다는 말이 현실적일까.

셰일 혁명은 지난 세기 세계 에너지 공급원의 획기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녹색에너지가 정책적으로 지원되는 와중에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만약 녹색에너지가 경제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해도 시장이 이 에너지를 용인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전 세계 나라들은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녹색에너지는 유례없는 성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결국 화석연료 생산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최근 10년 내 가장 빠른 속도였다. 강력한 세계 경제 성장은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있다. 화석연료가 2년 연속으로 증가 에너지의 70%가량을 충족시키고 있다. 아나다코가 가진 셰일 필드의 생산량은 지금의 두 배까지 늘어날 것이다. 세계 액화천연가스 공급은 현재 카타르 수출량의 두 배 이상 증가해야 할 것이다. 석탄은 세계 최고 수출국인 호주 생산량의 두 배가 돼야 할 것이다.

녹색에너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스키처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에서도 절대 맞기 힘들다. 부유한 선진국에도 이미 신재생에너지에 쓰이는 돈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풍력 등을 위한 비용이 지금보다 급격히 내려가지 않는 한 신흥국이 감당하기 힘들다.

풍력, 태양열, 배터리를 한 나라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비싸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과학이나 경제학이 필요하지 않다. 보조금이나 (녹색에너지 사용) 의무 조항을 없애자고 제안하면 녹색에너지 지지자들이 분노를 터뜨리며 당황해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모른 체하고 있다. 풍력 발전을 대거 도입한 스웨덴에서는 전기 공급 문제로 경제 성장 전망이 침울해졌다.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나쁜 영향이 예상된다. 녹색에너지를 지지하는 듯했던 중국은 대규모 석탄발전소 공급을 조용히 재개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수백 개의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녹색에너지 낙관주의자들이 지지하는 전기자동차가 지금보다 100배 성장해도 세계 석유 수요의 5% 이상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휘발유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막는 것은 항공 여행이나 공산품에 대한 구매 감소, 즉 경제 성장이 더뎌지는 것뿐이다.

녹색에너지 옹호자들은 정부와 납세자들을 설득해 더 많은 화석연료에 세금이 부과되도록 힘쓰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자금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세금을 올리려고 해도 신흥국은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선진국이 신흥국의 녹색 기술을 보조하는 데 돈을 쓸 가능성도 없다.

자, 이제 우리가 녹색에너지와 화석연료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 맞혀볼 차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이미 한쪽에 거금을 걸었다.

원제:What if Green Energy Isn’t the Future?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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