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재슬러브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 CEO, "질 좋은 콘텐츠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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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문화·어린이 등 채널 특화
온라인 미디어 시장서 '승승장구'
온라인 미디어 시장서 '승승장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6일 S&P500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지난해 연봉 순위를 보도했다. 미국 미디어그룹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이하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가 1위였다. 재슬러브 CEO는 지난해 스톡옵션과 보너스를 합쳐 1억2940만달러(약 1500억원)를 받았다. 전년(4220만달러)의 세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이 약진하는 와중에도 디스커버리는 케이블 채널 운영사로는 드물게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5억달러(약 12조원)가량으로, 2017년(68억달러)에 비해 53% 이상 증가했다. 경쟁사인 폭스네트웍스와 AT&T는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6%대에 그쳤다.
잘할 수 있는 콘텐츠에 특화하라
재슬러브 CEO는 콘텐츠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그는 경쟁사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소수의 전문화된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디스커버리는 스포츠, 어린이, 라이프스타일, 문화 등에 특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외 지역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2017년 여행과 음식 콘텐츠에 특화한 미디어기업인 스크립스네트웍스를 인수, 라이프스타일 분야 콘텐츠 역량을 강화했다.
재슬러브 CEO의 이 같은 전략은 그의 전 직장인 NBC유니버설에서도 빛을 발했다. NBC 산하 경제뉴스 전문채널 CNBC와 생활뉴스 전문채널 MSNBC도 모두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대부분 뉴스 채널이 속보 경쟁에 치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심층 보도하는 뉴스 채널들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디스커버리 CEO를 맡은 후 2008년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다른 기업들과의 제휴를 모색했다.
“저를 써 주십시오”…CEO가 된 변호사
재슬러브 CEO의 본업은 변호사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미디어기업법 관련 분야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았다. 교단에서 미디어기업법 강의를 하기도 했다. 디스커버리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접한 미디어기업을 직접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1989년 NBC유니버설 CEO이던 밥 라이트가 미디어기업의 미래를 주제로 기고한 글을 읽고 그에게 자신을 채용해달라고 편지를 쓴다.
재슬러브는 라이트와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미디어기업 경영에 대한 비전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고, 이 덕분에 NBC유니버설의 케이블채널부문 대표로 영입됐다. 재슬러브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미친 짓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편지 한 장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골프 특화 콘텐츠로 OTT 시장도 공략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디스커버리도 고객들의 코드커팅(cord-cutting·케이블 등 유선방송 탈퇴) 현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재슬러브 CEO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1월부터 PGA와의 협업을 통해 ‘골프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골프TV를 선보였다. 골프TV는 PGA 투어 경기 생중계는 물론 주문형 비디오(VOD) 스트리밍을 통해 과거 경기를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 훌루 등이 영화와 드라마 등에 집중할 때 이들의 ‘무풍지대’인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을 파고든 것이다.
재슬러브 CEO는 골프TV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골프TV에서는 우즈의 일상생활 모습 등을 담은 독점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우즈는 골프TV를 통해 골프강습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그는 “골프 팬들과 소통하는 나의 전문 플랫폼을 디스커버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커리어에 또 하나의 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콘텐츠’가 답
재슬러브 CEO는 무엇이 미디어기업의 경쟁력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콘텐츠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는 지난달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청하는 TV 채널로 선택되려면 한두 번만 보고 넘길 것이 아니라 계속 보고 싶어지는 강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가 ‘내 채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넷플릭스가 음식과 집 분야에서 멋진 쇼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골프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와 같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겐 독보적인 전문성이 있고 계속 그 길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잘할 수 있는 콘텐츠에 특화하라
재슬러브 CEO는 콘텐츠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그는 경쟁사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소수의 전문화된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디스커버리는 스포츠, 어린이, 라이프스타일, 문화 등에 특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외 지역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2017년 여행과 음식 콘텐츠에 특화한 미디어기업인 스크립스네트웍스를 인수, 라이프스타일 분야 콘텐츠 역량을 강화했다.
재슬러브 CEO의 이 같은 전략은 그의 전 직장인 NBC유니버설에서도 빛을 발했다. NBC 산하 경제뉴스 전문채널 CNBC와 생활뉴스 전문채널 MSNBC도 모두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대부분 뉴스 채널이 속보 경쟁에 치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심층 보도하는 뉴스 채널들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디스커버리 CEO를 맡은 후 2008년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다른 기업들과의 제휴를 모색했다.
“저를 써 주십시오”…CEO가 된 변호사
재슬러브 CEO의 본업은 변호사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미디어기업법 관련 분야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았다. 교단에서 미디어기업법 강의를 하기도 했다. 디스커버리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접한 미디어기업을 직접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1989년 NBC유니버설 CEO이던 밥 라이트가 미디어기업의 미래를 주제로 기고한 글을 읽고 그에게 자신을 채용해달라고 편지를 쓴다.
재슬러브는 라이트와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미디어기업 경영에 대한 비전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고, 이 덕분에 NBC유니버설의 케이블채널부문 대표로 영입됐다. 재슬러브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미친 짓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편지 한 장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골프 특화 콘텐츠로 OTT 시장도 공략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디스커버리도 고객들의 코드커팅(cord-cutting·케이블 등 유선방송 탈퇴) 현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재슬러브 CEO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1월부터 PGA와의 협업을 통해 ‘골프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골프TV를 선보였다. 골프TV는 PGA 투어 경기 생중계는 물론 주문형 비디오(VOD) 스트리밍을 통해 과거 경기를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 훌루 등이 영화와 드라마 등에 집중할 때 이들의 ‘무풍지대’인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을 파고든 것이다.
재슬러브 CEO는 골프TV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골프TV에서는 우즈의 일상생활 모습 등을 담은 독점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우즈는 골프TV를 통해 골프강습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그는 “골프 팬들과 소통하는 나의 전문 플랫폼을 디스커버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커리어에 또 하나의 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콘텐츠’가 답
재슬러브 CEO는 무엇이 미디어기업의 경쟁력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콘텐츠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는 지난달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청하는 TV 채널로 선택되려면 한두 번만 보고 넘길 것이 아니라 계속 보고 싶어지는 강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가 ‘내 채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넷플릭스가 음식과 집 분야에서 멋진 쇼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골프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와 같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겐 독보적인 전문성이 있고 계속 그 길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