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멕시코 국경 장벽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멕시코 국경 장벽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양국이 5일(이하 현지시간) 첫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없이 불발됐다.

중국과 보복 관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는 '불법 이민 전쟁' 관세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18일 오후 8시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2020년 대선 출마 선언 출정식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외교압박 카드로 미국 보수표 흥행 몰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케빈 맥앨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멕시코 고위급 대표단과 협상에 나섰다.

대표단 협상이 끝난 뒤 폼페이오 장관은 에브라르드 장관은 일대일 대화도 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1차 고위급 협상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바로 다음날인 6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재예고하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편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멕시코 대표들과 가진 백악관에서의 이민 논의가 끝났다"며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라다"고 1차 협상 성과를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실패까지 감안한 듯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5% 수준의 관세가 월요일부터 시작될 것이고 일정에 따라 월별로 인상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어 "관세가 인상될수록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회사의 수는 많아진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멕시코와 미국 의회 내 민주당이 이민 문제 개혁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탓에 지난 5월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가 13만3000명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쉼없이 민주당을 압박하며 대외 정책 강공 카드를 펴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는 출정식을 열흘 가량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보수층을 강하게 자극, 재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0 출정식 관련 트위터에서 "이 역사적인 집회에 동참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집회에 최소 1만7000명, 최대 3만 명가량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멕시코는 관세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주말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다. 멕시코 대표단은 미 상무·농무장관과 고위 관리 등을 잇달아 만나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미 최대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부터 유럽까지 교역 상대국에 대해 관세를 많이 사용했지만,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는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서 중대한 확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