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10만원대…호캉스 열풍 뒤엔 출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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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텔수 5년간 2배 이상 증가
객실 평균 요금은 13% 하락
객실 평균 요금은 13% 하락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는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48시간 동안 ‘타임 세일’을 한다. 디럭스 객실 1박 가격이 13만원이다. 최소 20만~30만원을 줘야 하는 5성급 호텔 객실을 반값에 내놓는다.
롯데호텔은 이달 초엔 3~4성급인 ‘롯데시티호텔’ 객실을 10만원대 초반에 팔았다. 롯데시티호텔 구로 객실 요금은 8만6000원에 불과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투숙객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호텔들은 판매 가격 하한선이 또 내려가면서 ‘출혈경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년 새 호텔 수 2배…출혈경쟁
국내 호텔업계는 최근 몇 년간 ‘호캉스 특수’를 누렸다. 전례없이 많은 내국인이 호텔 객실을 점유했다. 올해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호캉스족(族)’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웠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호캉스 열풍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등의 소비 경향 때문으로 주로 해석했다. 하지만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은 다르다. 호텔 수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출혈경쟁이 이런 트렌드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소득이 늘고 경제도 성장했는데 호텔 객실 이용료만은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호텔 객실의 1박 평균 요금은 2012년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약 13만원이던 평균 요금은 2017년 11만3000원대까지 낮아졌다. 5년간 약 13%나 가격이 떨어졌다.
높아진 소득, 저렴해진 객실 요금 덕분에 호텔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호캉스 열풍을 몰고 온 핵심 변수는 다름 아니라 숙박 요금 하락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국내 호텔들은 평소 손해를 감수할 정도로 싸게 객실을 팔고, 성수기에 이를 상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휴가철엔 가격이 껑충 뛴다. 특히 제주 부산 강릉 등에선 성수기 5성급 호텔의 객실 요금이 50만~60만원을 호가한다.
대부분 적자…호텔 매물도 쏟아져
객실 요금이 떨어진 이유는 호텔이 너무 많이 생긴 영향이 크다. 2012년 평균 요금이 정점일 때 국내 호텔 수는 786개였다. 2017년에는 이 수가 1617개까지 늘었다. 5년 만에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객실 수도 이 기간 8만2209개에서 14만3416개로 74.4% 늘었다. 객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빠르게 확대됐다. 출혈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
출혈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호텔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다. 업계 1위 롯데호텔은 지난해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적자다. 신세계조선호텔(-75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텔부문(-149억원), 앰배서더호텔(-10억원) 등도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했다.
3성급 이하 소형 비즈니스호텔과 관광호텔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난에 매물로 나온 호텔이 서울에만 10여 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 호텔을 중심으로 객실 요금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해 신관을 재단장한 뒤 영업을 시작하면서 “1박에 최소 400달러(약 48만원)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도 40만원 아래로 가격을 잘 떨어뜨리지 않는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등도 ‘고가 정책’을 쓰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롯데호텔은 이달 초엔 3~4성급인 ‘롯데시티호텔’ 객실을 10만원대 초반에 팔았다. 롯데시티호텔 구로 객실 요금은 8만6000원에 불과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투숙객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호텔들은 판매 가격 하한선이 또 내려가면서 ‘출혈경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년 새 호텔 수 2배…출혈경쟁
국내 호텔업계는 최근 몇 년간 ‘호캉스 특수’를 누렸다. 전례없이 많은 내국인이 호텔 객실을 점유했다. 올해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호캉스족(族)’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웠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호캉스 열풍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등의 소비 경향 때문으로 주로 해석했다. 하지만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은 다르다. 호텔 수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출혈경쟁이 이런 트렌드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소득이 늘고 경제도 성장했는데 호텔 객실 이용료만은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호텔 객실의 1박 평균 요금은 2012년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약 13만원이던 평균 요금은 2017년 11만3000원대까지 낮아졌다. 5년간 약 13%나 가격이 떨어졌다.
높아진 소득, 저렴해진 객실 요금 덕분에 호텔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호캉스 열풍을 몰고 온 핵심 변수는 다름 아니라 숙박 요금 하락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국내 호텔들은 평소 손해를 감수할 정도로 싸게 객실을 팔고, 성수기에 이를 상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휴가철엔 가격이 껑충 뛴다. 특히 제주 부산 강릉 등에선 성수기 5성급 호텔의 객실 요금이 50만~60만원을 호가한다.
대부분 적자…호텔 매물도 쏟아져
객실 요금이 떨어진 이유는 호텔이 너무 많이 생긴 영향이 크다. 2012년 평균 요금이 정점일 때 국내 호텔 수는 786개였다. 2017년에는 이 수가 1617개까지 늘었다. 5년 만에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객실 수도 이 기간 8만2209개에서 14만3416개로 74.4% 늘었다. 객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빠르게 확대됐다. 출혈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다.
출혈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호텔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다. 업계 1위 롯데호텔은 지난해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적자다. 신세계조선호텔(-75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텔부문(-149억원), 앰배서더호텔(-10억원) 등도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했다.
3성급 이하 소형 비즈니스호텔과 관광호텔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난에 매물로 나온 호텔이 서울에만 10여 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 호텔을 중심으로 객실 요금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해 신관을 재단장한 뒤 영업을 시작하면서 “1박에 최소 400달러(약 48만원)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도 40만원 아래로 가격을 잘 떨어뜨리지 않는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등도 ‘고가 정책’을 쓰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