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쉬운데 보험금 받기는 어려워"…금융민원, 보험이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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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
(3·끝) 불만 쌓이고 신뢰 잃고
(3·끝) 불만 쌓이고 신뢰 잃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방광암 진단을 받은 뒤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A씨가 가입한 암보험의 보장 범위에는 방광암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보험 가입을 권유했던 설계사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열 번 가까이 전화한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다. 통화 목소리는 냉랭했다. B씨는 “보험금 청구는 보험사에 직접 연락하는 게 제일 빠르다. 오늘은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상품을 팔 때는 지구 끝까지 쫓아올 것처럼 적극적이더니 보험금을 달라고 하자 마치 구걸하는 사람 취급하더군요.”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신이 쌓이면서 감독당국도 보험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보험민원 5만1300여 건으로 급증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들어온 금융민원은 8만3000여 건이다. 이 가운데 보험 관련 민원이 61.7%로 가장 많았다. 보험 민원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 4만8000여 건에서 지난해엔 5만13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암 입원보험금, 만기 환급형 즉시연금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생명보험사에는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40%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손해보험사에는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민원이 많았다. 보험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두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험사 내부에선 보상담당자와 손해사정사의 성과를 책정할 때 ‘보험금 지급 규모’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지급 보험금 규모가 작을수록 성과를 더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성과지표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보험사 안에선 거액의 보험금이 나갔을 때 해당 보상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한 민원이 늘면서 감독당국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상품 약관과 판매 행태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여러 차례 보험사의 불완전판매 등을 지적했다. 윤 원장은 지난 4월 열린 ‘2019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일부 금융회사가 약관 및 상품설명서를 어렵게 작성하거나 상품판매 후 책임을 회피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회사 및 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먹튀 설계사로 소비자만 피해
보험설계사들이 보험계약 첫해에 판매수수료를 몰아서 받는 구조도 보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설계사들이 보험 판매에만 급급하고 계약 체결 후 고객 관리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험설계사들은 판매수수료의 50~70%를 계약 첫해에 받는다. 20~30%를 두 번째 해, 나머지를 세 번째 해에 지급받는다. 이 같은 수수료 체계는 판매수수료만 받은 뒤 다른 보험사나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 자리를 옮기는 ‘먹튀 설계사’를 양산한다. 보험소비자로선 해당 보험계약과 관련해 문의가 생기거나 보험금 지급요청 등을 할 때 설계사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어진다.
최근엔 GA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보험설계사의 첫해 판매수수료를 월납입 보험료의 최대 1700% 수준까지 올려놨다. 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GA로 옮겨가는 설계사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GA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소비자에게 좋은 상품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첫해 판매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납입 보험료의 1200%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몇 해에 걸쳐 나눠 주는 분급안을 제도화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를 언제 얼마만큼 지급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감독규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해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크지만 보험소비자 보호 취지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신이 쌓이면서 감독당국도 보험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보험민원 5만1300여 건으로 급증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들어온 금융민원은 8만3000여 건이다. 이 가운데 보험 관련 민원이 61.7%로 가장 많았다. 보험 민원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 4만8000여 건에서 지난해엔 5만13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암 입원보험금, 만기 환급형 즉시연금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생명보험사에는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40%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손해보험사에는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민원이 많았다. 보험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두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험사 내부에선 보상담당자와 손해사정사의 성과를 책정할 때 ‘보험금 지급 규모’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지급 보험금 규모가 작을수록 성과를 더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성과지표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보험사 안에선 거액의 보험금이 나갔을 때 해당 보상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한 민원이 늘면서 감독당국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상품 약관과 판매 행태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여러 차례 보험사의 불완전판매 등을 지적했다. 윤 원장은 지난 4월 열린 ‘2019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일부 금융회사가 약관 및 상품설명서를 어렵게 작성하거나 상품판매 후 책임을 회피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회사 및 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먹튀 설계사로 소비자만 피해
보험설계사들이 보험계약 첫해에 판매수수료를 몰아서 받는 구조도 보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설계사들이 보험 판매에만 급급하고 계약 체결 후 고객 관리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험설계사들은 판매수수료의 50~70%를 계약 첫해에 받는다. 20~30%를 두 번째 해, 나머지를 세 번째 해에 지급받는다. 이 같은 수수료 체계는 판매수수료만 받은 뒤 다른 보험사나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 자리를 옮기는 ‘먹튀 설계사’를 양산한다. 보험소비자로선 해당 보험계약과 관련해 문의가 생기거나 보험금 지급요청 등을 할 때 설계사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어진다.
최근엔 GA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보험설계사의 첫해 판매수수료를 월납입 보험료의 최대 1700% 수준까지 올려놨다. 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GA로 옮겨가는 설계사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GA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소비자에게 좋은 상품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첫해 판매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납입 보험료의 1200%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몇 해에 걸쳐 나눠 주는 분급안을 제도화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를 언제 얼마만큼 지급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감독규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해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크지만 보험소비자 보호 취지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