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장사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고민을 잇달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증권신고서와 분기신고서를 통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악재를 노출하면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약점을 들춰내는 것은 그만큼 주 52시간 근로제가 주는 타격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 "근로시간 줄어 사업 어렵다" 공개 호소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게임업체 썸에이지는 지난달 27일 유상증자를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지출로 재무구조와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근로시간 단축 여파를 설명했다. 이 회사는 300인 미만 기업으로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썸에이지는 “게임업계는 신작을 출시하거나 대규모 업데이트를 할 경우 야근과 추가 근무가 불가피하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게임 출시일이 연기되고 실시간 대응이 늦어지면서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려제강은 지난 4월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회적 변화로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키이스트도 지난달 8일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될 경우 “회사 인건비가 상승하게 될 것이고,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이스트를 비롯한 방송업체들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가 적용돼 지금까지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준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내달 1일부터 특례에서 제외돼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켜야 한다.

섬유·건설업 등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장사들도 보고서에 답답한 마음을 담았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신라섬유는 지난달 분기보고서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인 섬유산업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방림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면방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응해 경영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섬유업체인 디아이동일은 지난 4월 제출한 영업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중소·영세업체들의 고민도 깊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금화피에스시는 지난달 분기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노동정책 강화 등으로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생산이 위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가구도 4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로 우리 회사와 같은 많은 영세 중소기업이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