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조선업계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 들어 중국에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양사 노조는 불법 파업과 현장실사 거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조선산업이 휘청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등 조선업 재편 작업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 '수주 가뭄'…현대重 목표치 10%대 그쳐
LNG선 발주 감소가 ‘직격탄’

6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7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217만CGT)에 비해 36.8% 줄었다. 4월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안 좋다. 4월 발주량은 121만CGT로 3월(288만CGT)에 비해 반토막 났다.

국가별 수주 실적에서도 한국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올 들어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769만CGT) 중 절반에 가까운 344만CGT(점유율 45%)를 수주했다. 지난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 1위 자리를 되찾은 한국은 202만CGT(26%)로 2위로 밀렸다. 이탈리아와 일본이 각각 111만CGT(14%)와 71만CGT(9%)로 3, 4위에 올랐다.

4월에 발주된 선박 종류는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이 23척으로 가장 많았다. 벌크선은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싹쓸이하는 선박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수주 텃밭이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는 7척에 그쳤다. 클락슨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올해 LNG 운반선 발주 전망치를 55척으로 낮췄다. 클락슨이 작년 말 예상한 전망치는 69척이었다.

현대중공업 수주 달성률 10% 그쳐

조선 빅3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지난달(5월)까지 수주 실적이 75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들 업체의 연간 수주 목표(320억7000만달러)의 23.5%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25억달러어치를 수주해 올해 목표(159억달러)의 15.7%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목표 달성률이 빅3 가운데 가장 높은 32.4%지만 수주 금액은 25억3000만달러로 현대중공업과 별 차이가 없다. 대우조선도 25억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83억7000만달러)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조선 3사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조24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 ‘1조 클럽’에 가입한 대우조선은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19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2%나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33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7년 4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적자다.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이 28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0.8%다. 이마저도 하자 보수비용을 미리 떼놓은 충당금이 환입된 덕분이었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물적 분할(법인분할) 취소를 요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부분·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7일에도 2시간 파업한다. 대우조선 노조도 지난 3일 거제 옥포조선소 출입문을 봉쇄해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현장실사를 무산시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