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산과 효율의 게임
19세기 영국에서는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급부상하던 자동차산업을 규제했다. 자동차 속도를 시속 6.4㎞로 제한하고 승무원을 최소 3명 이상 태워야 했다. 자동차의 통행을 알릴 수 있도록 깃발 드는 조수도 두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과도한 규제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붕괴했고, 경제 패권 자체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교통법규 정비와 보험이라는 보완책을 만들어 신산업인 자동차산업을 키워 나갔다. 마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결국 나라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마차와 자동차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비교하지 않고 기존 산업을 유지하려는 근시안적 안목이 문제였다. 기술 발전의 순기능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분야든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기존 직업과 산업은 도태한다. 기술 혁신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국가나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산업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끌려 다니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해답은 생산성과 효율성에 있다. 명백히 가야 할 길을 주저하다가는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놓친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생산수단의 가격을 낮추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소수의 부자만이 방송국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로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가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무료함과 지루함을 극히 싫어하는 존재다. 미래에는 남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 여가시간을 유용하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부자가 될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인공지능 도입 등 법률서비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변호사 문턱을 낮추고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규 변호사들은 기존 변호사가 하지 않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 공간을 넓히고 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과거보다 쉽게 변호사를 만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관련 직군을 그대로 두는 것이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높은 효율성의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마차산업을 어찌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