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도병 전사자 위패 앞에서…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위패봉안관을 찾아 성복환 일병 배우자 김차희 씨와 함께 고인의 위패를 바라보고 있다. 고인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그해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현재까지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학도병 전사자 위패 앞에서…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위패봉안관을 찾아 성복환 일병 배우자 김차희 씨와 함께 고인의 위패를 바라보고 있다. 고인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그해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현재까지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며 사회적 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64회 현충일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바로 애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파행 장기화, 노동계의 강경 투쟁과 일부 보수 인사들의 ‘과거사 망언’ 등 최근 보수·진보가 진영 논리에 함몰돼 우리 사회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안보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강조한 점은 민생 해결도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 경제 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며 양 진영의 애국을 두루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도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주요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에 앞서 채명신 장군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장군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8평의 장군 묘역 대신 1평의 병사 묘역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장군이 있다”며 채 장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군은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참다운 군인정신을 남겼고, 애국의 마음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란민 출신인 채 장군은 6·25전쟁에 이어 주월한국군 사령관으로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전쟁 당시 미국의 희생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2022년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해 미군 전몰 장병 한분 한분의 희생을 기리고 한·미동맹의 숭고함을 양국 국민의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애국’ 단어를 11번, ‘진보’와 ‘보수’를 9번씩 사용했다.

이날 행사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이 참석한 만큼 문 대통령이 “애국에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고 강조한 데는 민생 해결을 위해 여야가 이념을 떠나 협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의 소모적 갈등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극단적 대립으로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약화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도 행사에서 지난달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해 입항 행사를 하던 중 순직한 최종근 하사와 유가족을 각별히 예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최 하사를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셨다”며 “부모님과 동생, 동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추념사에 앞서 열린 헌화 및 분향 행사 도중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집례관에게 요청해 최 하사 부모를 직접 찾아 분향을 권유했다. 현충일 추념식의 대통령 내외 대표 분향에 순직 유공자 가족이 함께한 것은 1956년 현충원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