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외교에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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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벼랑 끝' 경제전쟁 가열 속 두 나라 정상 잇따라 방한
'안미경중(安美經中)' 두 다리 걸쳐 온 한국에 '양자택일' 압박
밑천 드러난 '전략적 모호성'…'가치 충실' 외교로 중심 잡아야
'안미경중(安美經中)' 두 다리 걸쳐 온 한국에 '양자택일' 압박
밑천 드러난 '전략적 모호성'…'가치 충실' 외교로 중심 잡아야
이달 하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2대 빅 이벤트’가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訪韓)은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 확정됐고, 중국 측도 시 주석의 한국 방문 방침을 굳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당초 방한을 검토했다가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해 접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랬던 중국이 갑자기 시 주석 방한을 결정했다면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짚어보는 게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통적인 이웃 국가로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서 핵심 역할을 차지하는 한국 방문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말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군(友軍) 확보’ 작업일 것이다. 미국과 무역·통상·기술 분쟁을 넘어 경제 전반, 나아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 분야로까지 갈등과 대립이 확대되는 와중에 시 주석이 돌연 한국 방문을 결정한 이유가 달리 있을 리 없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철저한 준비 작업이 시급하다. 며칠 전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한국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압박성 답변을 내놓은 터다. 미국은 더욱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에 “동맹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바로 엊그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세대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을 들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의 거래를 일절 중단하도록 일본 영국 독일 등 동맹국들에 요구해 온 것을 한국에도 분명히 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때 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간판 동남아 외교정책 슬로건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은 이 회사 장비를 사용해 온 기업들에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문제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과 독일조차 ‘완전한 반화웨이’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그런 민감한 이슈를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석상에서 꺼내든 것은 한국 정부에 미·중 분쟁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라는 공식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의 핵심 인사들이 이렇게 각각의 방식으로 ‘군불’을 땐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해 꺼내놓을 요구 리스트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더 노골적으로 ‘양단간의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실이 이렇기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기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재검토가 시급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한 공존’을 외교안보 분야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걸고, 미국 중국 등과의 관계도 이에 맞춰 조정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 핵 폐기는 ‘장기 미제(未濟) 사건’으로 귀결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북한에 ‘기준’을 맞추다보니 미국으로 하여금 ‘동맹’으로서의 한국을 의심케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의 한국 내 배치에 반발하며 온갖 치졸한 보복을 가해 온 중국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에 실패해 화근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확실한 신뢰나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편에 설 건지 분명히 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외교 기본이 무엇이었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커졌다.
우리나라가 70년도 채 안 돼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일어서는 ‘기적’을 일으킨 것은 미국 일본 등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며 무역과 투자를 늘려온 덕분임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서해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교역 및 투자 비중이 덩달아 커졌고, 이로 인해 경제에 관한 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맺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과 중국이 부딪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봉해왔다.
이런 미봉책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내려야 할 선택은,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게 없다. 기업들의 경영학적 고전 전략인 ‘기본으로의 귀환(back to the basic)’을 참고할 만하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해준 ‘자유시장경제 가치 동맹’의 일원임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선언할 때 전통 우방의 신뢰는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진중한 나라’로 존중받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토대 위에서 중국과도 크고 작은 외교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요즘의 모습은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라고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랬던 중국이 갑자기 시 주석 방한을 결정했다면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짚어보는 게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통적인 이웃 국가로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서 핵심 역할을 차지하는 한국 방문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말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군(友軍) 확보’ 작업일 것이다. 미국과 무역·통상·기술 분쟁을 넘어 경제 전반, 나아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 분야로까지 갈등과 대립이 확대되는 와중에 시 주석이 돌연 한국 방문을 결정한 이유가 달리 있을 리 없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철저한 준비 작업이 시급하다. 며칠 전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한국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압박성 답변을 내놓은 터다. 미국은 더욱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에 “동맹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바로 엊그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세대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을 들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의 거래를 일절 중단하도록 일본 영국 독일 등 동맹국들에 요구해 온 것을 한국에도 분명히 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때 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간판 동남아 외교정책 슬로건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은 이 회사 장비를 사용해 온 기업들에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문제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과 독일조차 ‘완전한 반화웨이’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그런 민감한 이슈를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석상에서 꺼내든 것은 한국 정부에 미·중 분쟁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라는 공식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의 핵심 인사들이 이렇게 각각의 방식으로 ‘군불’을 땐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해 꺼내놓을 요구 리스트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더 노골적으로 ‘양단간의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실이 이렇기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기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재검토가 시급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한 공존’을 외교안보 분야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걸고, 미국 중국 등과의 관계도 이에 맞춰 조정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 핵 폐기는 ‘장기 미제(未濟) 사건’으로 귀결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북한에 ‘기준’을 맞추다보니 미국으로 하여금 ‘동맹’으로서의 한국을 의심케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의 한국 내 배치에 반발하며 온갖 치졸한 보복을 가해 온 중국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에 실패해 화근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확실한 신뢰나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편에 설 건지 분명히 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외교 기본이 무엇이었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커졌다.
우리나라가 70년도 채 안 돼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일어서는 ‘기적’을 일으킨 것은 미국 일본 등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며 무역과 투자를 늘려온 덕분임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서해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교역 및 투자 비중이 덩달아 커졌고, 이로 인해 경제에 관한 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맺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과 중국이 부딪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봉해왔다.
이런 미봉책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내려야 할 선택은,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게 없다. 기업들의 경영학적 고전 전략인 ‘기본으로의 귀환(back to the basic)’을 참고할 만하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해준 ‘자유시장경제 가치 동맹’의 일원임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선언할 때 전통 우방의 신뢰는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진중한 나라’로 존중받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토대 위에서 중국과도 크고 작은 외교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요즘의 모습은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라고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