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인하,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였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감면 기간을 올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작년 7월 시행 이후 두 차례 연장했는데, 총 감면 기간이 18개월로 역대 최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개소세율을 인하했을 때 ‘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5년 8월과 이듬해 2월 낸 입장문을 통해 “비싼 차를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본다”며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개소세 인하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다면 당연히 특정 자동차 기업에 많은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가 세금을 낮춰 기업의 이익을 도와줄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경실련 등의 논리라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자들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대기업에 큰 특혜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소세 감면 기간은 이명박 정부의 12개월(2008년 11월~2009년 6월, 2012년 9~12월), 박근혜 정부의 11개월(2015년 8월~2016년 6월)보다 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의 개소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관련 논평이나 입장문을 내지 않고 있다.

경실련 등 주요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시민단체 사회적 책임 헌장’을 보면 ‘정치적 비당파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같은 정책이라도 보수정권이 사용하느냐, 진보정권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시민단체들을 보면 이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소세 인하 조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시행된 이후 진보·보수정권을 가리지 않고 경기부양용 카드로 쓰였다. 현 정부 이전에 감면 기간을 가장 길게 가져간 것 역시 노무현 정부(16개월)였다. 개소세 인하를 ‘재벌 특혜’ ‘부자 감세’로 단순화하는 시각이 이번 기회에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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