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현지시간) ‘IMF 블로그’에서 “미국, 중국, 세계경제 모두 무역전쟁의 루저(패자)”라고 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세계경제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무역전쟁으로 미국, 중국, 세계경제 모두 성장이 둔화되는건 맞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무역전쟁에선 ‘누가 더 타격을 받느냐’를 따져보면 계산법이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IMF가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입니다.
IMF블로그 캡처
IMF블로그 캡처

IMF는 이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6%로 높였습니다. 무역전쟁 속에도 미국이 꿋꿋히 성장하고 있다는겁니다. IMF는 지난 4월9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선 무역전쟁 여파 등을 이유로 미국이 올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불과 두 달만에 이를 뒤집었습니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3.1% 성장(전분기 대비 성장률 연율환산) 성장했습니다. 시장 예상치(2.5~2.7%)를 뛰어넘었습니다. IMF도 이같은 ‘깜짝성장’을 이번 경제 전망에 반영한겁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블로그에서 “몇주 이후면 미 경제는 역사상 최장기간 확장세를 기록한다”며 “강력한 민간수요와 정책조합이 끌어낸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했습니다. 미 경제는 올 6월까지 120개월 연속 경기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7월이면 2차대전 후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반면 IMF는 전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6.3%에서 6.2%로 낮췄습니다. 4월 전망 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을 6.2%에서 6.3%로 올렸는데, 두 달만에 이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IMF가 블로그에 올린 ‘관세가 미·중 경제에 미치는 영향’(그래픽)을 봐도 중국이 받는 충격은 미국보다 더 큽니다. 경제 상황만 보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급할게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중국 견제는 단순히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차원이 아니라 패권전쟁 성격이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길 원하고 있다”며 “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큰 경쟁국”이라고 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관세전쟁, 기술전쟁, 환율전쟁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배경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적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기회에 중국의 부상을 주저앉히는게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는건 아닐까요.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