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녹여 전기·수소 만든다?…배터리의 무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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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친환경 전지 나오나
빠르게 이산화탄소 줄이면서
수소·전기 생산하는 기술 나와
'유해물질' 메탄가스 안 써도 돼
빠르게 이산화탄소 줄이면서
수소·전기 생산하는 기술 나와
'유해물질' 메탄가스 안 써도 돼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부산물이 물뿐이다. 궁극의 친환경 전지로 불리는 이유다. 연료전지를 쓰는 수소자동차는 전기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좋고 충전시간이 짧다. 수소 저장 및 충전 인프라 확충, 안전성 확보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수소차의 경쟁 상대는 리튬이온전지를 쓰는 전기차다. 중국 유럽 등이 리튬이온전지를 ‘제2의 반도체’로 간주하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수성을 위해 유럽 곳곳에 리튬이온전지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수소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일엔 수소차를 대폭 확대하고 수소차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가정과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배터리 등 신개념 전지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의 선택지가 한층 더 다양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산화탄소 잡아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다. 분자 간 결합을 끊고 다른 물질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각국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 기술에 몰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건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원리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발상을 바꾼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수소 이온(H+)과 탄산수소 이온(HCO3-)으로 변환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전해질(물)을 산성화시키면서 전자의 흐름을 빠르게 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이산화탄소를 녹여 이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효율이 낮고 폭발 위험이 있었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전극이 막혀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수산화칼륨 또는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물을 전해질로 쓰고 전지 음극에 아연과 알루미늄을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칼륨 이온(K+)과 나트륨 이온(Na+)은 분리막을 넘나들며 탄산수소 이온과 반응해 탄산수소칼륨 탄산수소나트륨이 된다.
이 전지에 이산화탄소를 흘리면 산성화된 전해질이 음극에 있는 전자를 빨아들여 전기 흐름을 형성하고, 양극(촉매)에 있던 수소 이온은 전자를 만나 수소로 전환된다. 그동안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메탄가스에서 주로 추출했다. 메탄은 온실가스인 탓에 대체 물질 발굴이 시급했다.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고 값싸게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앙게반테 케미’ 5월 22일자에 실렸다. SK 등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김 교수에게 공동 연구개발을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 속도 빨라질까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충전 속도와 용량을 끌어올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는 전도도가 높은 흑연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용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대체 소재인 실리콘이 주목받고 있다. 음극에 실리콘을 쓰면 흑연보다 용량이 열 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전도도가 낮고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 잘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박수진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은 이런 실리콘의 단점을 ‘황 도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리콘에 황을 균일하게 입히면 전기 저항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전도도가 높아지고 리튬이온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네 배 이상 용량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28일자에 실렸다.
말고 접는 태양전지
3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PeSC) 태양전지를 접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접는 전지는 부착형 기기 기술로 직결되기 때문에 학계의 주목을 받는 연구 주제다.
다양한 성질을 띠는 금속산화물인 PeSC는 전도성이 높고 액체 상태에서도 공정이 가능한 신소재다. PeSC 태양전지는 1세대인 실리콘, 2세대인 박막형 태양전지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제조 원가가 싸다. 또 유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간단히 마는(rollable) 수준이다.
김주영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PeSC 태양전지의 금속산화물 투명전극을 초박막으로 설계하고 기판 두께를 15㎛로 기존(100㎛)의 6분의 1가량으로 줄여 접을 수 있는(foldable) 정도까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PeSC 박막 인장실험을 통해 탄성계수와 파단(깨지는) 강도를 구하는 등 자체 물성 분석으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PeSC 태양전지 활용 범위를 레저용 군사용 우주용 등으로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나노공학 분야 글로벌 학술지 ‘나노레터스’ 5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수소차의 경쟁 상대는 리튬이온전지를 쓰는 전기차다. 중국 유럽 등이 리튬이온전지를 ‘제2의 반도체’로 간주하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수성을 위해 유럽 곳곳에 리튬이온전지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수소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일엔 수소차를 대폭 확대하고 수소차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가정과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배터리 등 신개념 전지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의 선택지가 한층 더 다양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산화탄소 잡아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다. 분자 간 결합을 끊고 다른 물질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각국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 기술에 몰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건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원리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발상을 바꾼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수소 이온(H+)과 탄산수소 이온(HCO3-)으로 변환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전해질(물)을 산성화시키면서 전자의 흐름을 빠르게 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이산화탄소를 녹여 이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효율이 낮고 폭발 위험이 있었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전극이 막혀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수산화칼륨 또는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물을 전해질로 쓰고 전지 음극에 아연과 알루미늄을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칼륨 이온(K+)과 나트륨 이온(Na+)은 분리막을 넘나들며 탄산수소 이온과 반응해 탄산수소칼륨 탄산수소나트륨이 된다.
이 전지에 이산화탄소를 흘리면 산성화된 전해질이 음극에 있는 전자를 빨아들여 전기 흐름을 형성하고, 양극(촉매)에 있던 수소 이온은 전자를 만나 수소로 전환된다. 그동안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메탄가스에서 주로 추출했다. 메탄은 온실가스인 탓에 대체 물질 발굴이 시급했다.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고 값싸게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앙게반테 케미’ 5월 22일자에 실렸다. SK 등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김 교수에게 공동 연구개발을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 속도 빨라질까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충전 속도와 용량을 끌어올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는 전도도가 높은 흑연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용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대체 소재인 실리콘이 주목받고 있다. 음극에 실리콘을 쓰면 흑연보다 용량이 열 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전도도가 낮고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 잘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박수진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은 이런 실리콘의 단점을 ‘황 도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리콘에 황을 균일하게 입히면 전기 저항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전도도가 높아지고 리튬이온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네 배 이상 용량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28일자에 실렸다.
말고 접는 태양전지
3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PeSC) 태양전지를 접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접는 전지는 부착형 기기 기술로 직결되기 때문에 학계의 주목을 받는 연구 주제다.
다양한 성질을 띠는 금속산화물인 PeSC는 전도성이 높고 액체 상태에서도 공정이 가능한 신소재다. PeSC 태양전지는 1세대인 실리콘, 2세대인 박막형 태양전지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제조 원가가 싸다. 또 유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간단히 마는(rollable) 수준이다.
김주영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PeSC 태양전지의 금속산화물 투명전극을 초박막으로 설계하고 기판 두께를 15㎛로 기존(100㎛)의 6분의 1가량으로 줄여 접을 수 있는(foldable) 정도까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PeSC 박막 인장실험을 통해 탄성계수와 파단(깨지는) 강도를 구하는 등 자체 물성 분석으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PeSC 태양전지 활용 범위를 레저용 군사용 우주용 등으로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나노공학 분야 글로벌 학술지 ‘나노레터스’ 5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