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심화가 반도체 업황에 추가로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하반기 D램 가격이 상반기 대비 최대 25%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화웨이 제재' 불똥 튀나…"D램 값, 최대 25% 하락"
화웨이발(發) 가격 하락 예고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당초 10%(전 분기 대비)로 예상했던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 하락폭을 10~15%로 조정했다. 4분기도 기존 하락폭(-2~-5%)보다 큰 10% 하락을 전망했다. D램 가격(DDR4 8Gb 기준)은 5개월째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4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D램 가격이 이례적으로 낸드플래시 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2016년 9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2분기 D램 수요가 바닥을 찍고, 성수기인 3분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뒤집어졌다. 업황 전망이 바뀐 배경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화웨이가 있다. D램 분야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반도체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긍정적인 것처럼 비친다. 화웨이가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추가 물량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마이크론의 반도체 재고가 더 많이 쌓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이크론은 쌓인 재고를 싼값에 시장에 풀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내에서 애플 제품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지난해 반도체 슈퍼호황을 이끌었던 서버 고객도 투자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시황 악화 장기화 우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두 업체는 2분기부터 ‘생산량 조절’로 대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라인을 최적화하고,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에 들어가는 웨이퍼 투입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론 역시 5%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 조절 속도가 수요 감소폭을 따라잡지 못해 재고는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거래 중단 압박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 이어 국내 업체로 확대되면 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1분기는 돼야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기대하던 하반기 회복 시나리오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화웨이 매출 비중이 10~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에나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각각 6조원대와 8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