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회사 망할까 겁나"…르노삼성 노조원 10명 중 6명 파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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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파업 지침에도 속속 복귀
노조원 1854명 중 1134명 출근
노노 갈등 부추긴 사실 알려지며
상당수 조합원들, 노조 외면
노조원 1854명 중 1134명 출근
노노 갈등 부추긴 사실 알려지며
상당수 조합원들, 노조 외면
“노동조합 집행부의 전면 파업 선언에 한숨이 나왔다.”(노조원 A씨)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장에 나왔다. 이러다 회사가 망할까 겁이 났다.”(노조원 B씨)
지난 5일 전면 파업을 선언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집행부에 대한 노조원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산공장 생산라인을 지키는 직원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같은 노조원이라도 파업 참여도에 따른 ‘차등 대우’를 사측에 요구하는 등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수 노조원이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1년에 걸친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8개월째 이어진 파업으로 인한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도 최근 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60여 곳(1차 협력사 기준)에 달하는 협력업체는 파업 여파로 사실상 공장 가동을 멈췄다.
갈라진 부산공장
7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주·야간조 임직원 2252명 중 1532명(68%)이 출근했다. 노조원만 따지면 1854명 중 1134명(61.2%)이 나왔다. 노조원 3분의 2가량이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을 거부했다.
상당수 직원이 나왔지만 부산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공장 가동률은 10% 정도에 그쳤다. 근무 인원 조정 등 준비작업 시간이 꽤 걸린 데다 조립라인 인력이 부족해 평소보다 시간당 생산량(UPH)을 크게 줄인 탓이다. 엔진공장과 차체공장은 출근율이 100%에 육박했지만 조립공장은 38.7%로 낮았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에 차질을 빚더라도 출근한 직원들이 있는 한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산공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는 점점 늘고 있다.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난 5일 오후엔 900여 명의 야간조 근로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생산라인을 지켰다. 휴일인 6일에도 당초 예정했던 엔진 공정 특근 근무자 69명 중 67명이 출근했다.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노 갈등’마저 불거진 모양새다. 엔진 공정에 근무하는 한 노조원은 “10년 넘게 부산공장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정치투쟁에 휘말려 난장판이 된 적은 처음”이라며 “노조원 절반 이상이 등을 돌렸으면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집행부가 생산현장을 갈라놨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집행부가 교섭 과정에서 회사 측에 파업 참여 횟수에 따라 임단협 타결금을 차등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다. 노조원에겐 파업 기간 주지 않은 임금 100%를 보전하는 대신 비노조원에겐 임금을 주지 말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한 노조원은 “집행부가 노조원과 비노조원뿐만 아니라 노조원 사이의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 회사의 노조원은 2200여 명, 비노조원은 2100여 명이다. 우려 쏟아낸 르노 본사
‘르노삼성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르노 본사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르노 본사는 사태가 장기화하자 최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으로부터 거의 매일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공급능력에 큰 걱정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 측에 “노사가 늦어도 올 상반기까지 임단협을 마무리지어 안정적 공급능력을 갖춰야 유럽 수출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르노삼성은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를 연간 8만 대가량 유럽에 수출해 ‘활로’를 뚫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의 ‘OK’ 사인은 아직 나지 않았다. 르노 본사는 이 물량을 인건비가 싸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부산공장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후속 물량 배정도 연기했다. 로그 수탁 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을 우려하는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60여 곳의 르노삼성 1차 협력업체는 사실상 공장 가동을 멈췄다. 협력사들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러다 모두 망할지 모른다’는 공멸 위기감이 커지자 생존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부산공장이 돌아는 가고 있지만 UPH가 떨어져 한 시간에 5대가량 생산하는 수준”이라며 “납품 물량이 들쭉날쭉해 아예 공장을 세운 곳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를 이끄는 나기원 회장(신흥기공 대표)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잔업 없이 1주일에 사흘 정도만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로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공장을 돌릴수록 빚만 떠안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장창민/부산=김태현 기자 cmjang@hankyung.com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장에 나왔다. 이러다 회사가 망할까 겁이 났다.”(노조원 B씨)
지난 5일 전면 파업을 선언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집행부에 대한 노조원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산공장 생산라인을 지키는 직원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같은 노조원이라도 파업 참여도에 따른 ‘차등 대우’를 사측에 요구하는 등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수 노조원이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1년에 걸친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8개월째 이어진 파업으로 인한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도 최근 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60여 곳(1차 협력사 기준)에 달하는 협력업체는 파업 여파로 사실상 공장 가동을 멈췄다.
갈라진 부산공장
7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주·야간조 임직원 2252명 중 1532명(68%)이 출근했다. 노조원만 따지면 1854명 중 1134명(61.2%)이 나왔다. 노조원 3분의 2가량이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을 거부했다.
상당수 직원이 나왔지만 부산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공장 가동률은 10% 정도에 그쳤다. 근무 인원 조정 등 준비작업 시간이 꽤 걸린 데다 조립라인 인력이 부족해 평소보다 시간당 생산량(UPH)을 크게 줄인 탓이다. 엔진공장과 차체공장은 출근율이 100%에 육박했지만 조립공장은 38.7%로 낮았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에 차질을 빚더라도 출근한 직원들이 있는 한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산공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는 점점 늘고 있다.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난 5일 오후엔 900여 명의 야간조 근로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생산라인을 지켰다. 휴일인 6일에도 당초 예정했던 엔진 공정 특근 근무자 69명 중 67명이 출근했다.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노 갈등’마저 불거진 모양새다. 엔진 공정에 근무하는 한 노조원은 “10년 넘게 부산공장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정치투쟁에 휘말려 난장판이 된 적은 처음”이라며 “노조원 절반 이상이 등을 돌렸으면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집행부가 생산현장을 갈라놨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집행부가 교섭 과정에서 회사 측에 파업 참여 횟수에 따라 임단협 타결금을 차등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다. 노조원에겐 파업 기간 주지 않은 임금 100%를 보전하는 대신 비노조원에겐 임금을 주지 말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한 노조원은 “집행부가 노조원과 비노조원뿐만 아니라 노조원 사이의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 회사의 노조원은 2200여 명, 비노조원은 2100여 명이다. 우려 쏟아낸 르노 본사
‘르노삼성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르노 본사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르노 본사는 사태가 장기화하자 최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으로부터 거의 매일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공급능력에 큰 걱정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 측에 “노사가 늦어도 올 상반기까지 임단협을 마무리지어 안정적 공급능력을 갖춰야 유럽 수출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르노삼성은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를 연간 8만 대가량 유럽에 수출해 ‘활로’를 뚫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의 ‘OK’ 사인은 아직 나지 않았다. 르노 본사는 이 물량을 인건비가 싸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부산공장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후속 물량 배정도 연기했다. 로그 수탁 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을 우려하는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60여 곳의 르노삼성 1차 협력업체는 사실상 공장 가동을 멈췄다. 협력사들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러다 모두 망할지 모른다’는 공멸 위기감이 커지자 생존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부산공장이 돌아는 가고 있지만 UPH가 떨어져 한 시간에 5대가량 생산하는 수준”이라며 “납품 물량이 들쭉날쭉해 아예 공장을 세운 곳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를 이끄는 나기원 회장(신흥기공 대표)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잔업 없이 1주일에 사흘 정도만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로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공장을 돌릴수록 빚만 떠안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장창민/부산=김태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