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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갑질 표현, 모욕죄 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질'이라는 표현이 다소 무례하긴 하지만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만한 모욕적 언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57)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2016년 5월 새로 바뀐 건물주 이모씨와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가는 문제로 다툼이 생겼다. 이후 박씨는 이듬해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OO원장'이라는 내용 등으로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고, 이에 이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가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권력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갑질'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 문구 자체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란 의미를 갖고 있다"며 "박씨가 쓴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라고 1심을 깨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사건은 대법원에 와서 재차 뒤집혔다. 대법원은 "박씨와 건물주의 관계, 박씨가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갈등 등의 맥락을 고려하면 전단지 내용이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다소 무례한 표현이라도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