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차 신입과 13년차, 22년차 은행 직원이 ‘지폐 세기 대결’을 벌인다. 빳빳한 1만원짜리 지폐 30만~40만원을 단숨에 세는 은행 직원들. 간발의 차로 22년차 은행 직원이 1위에 올랐지만 개수가 맞지 않았다. 우승은 개수를 정확히 세면서 2등을 기록한 8주차 신입 직원이 차지했다.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 같다. 국민은행 유튜브에 올라온 ‘KB의 달인-인간 계수기 편’이라는 제목의 3분21초짜리 동영상이다.

신한은행 유튜브에는 퇴직연금 상품을 소개하며 랩 배틀을 벌이는 직원들이 등장한다. 삼성카드 유튜브에선 ‘카센터도 안 알려주는 자동차 관리법’, ‘카드사 직원이 도전하는 편의점 먹방’이란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유튜브에 푹 빠진 금융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금융사와 유튜브를 결합한 ‘금(金)튜브’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요즘 핫한 '金튜브 배틀'…금융사들 "밀레니얼 잡아라"
심폐소생으로 살아난 ‘금튜브’

2~3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 유튜브는 광고 영상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사들이 유튜브를 위한 별도 코너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 들어서는 붐이 일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확산 강도가 세졌다. 동영상 형태의 콘텐츠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트렌드를 금융사들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1990년대생 또는 밀레니얼 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층에 관심을 두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층을 공략하고 소통하는 일이 중요 사업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대표적인 방안으로 유튜브가 떠올랐고, 금융사마다 유튜브 채널 정비로 분주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치돼 있던 유튜브에 심폐소생술을 하듯 콘텐츠 기획, 관리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구독·조회수 경쟁 불붙어

유튜브 구독자 수를 둘러싼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9일 기준 은행권(공식 유튜브 기준)에서는 농협은행이 27만2256명으로 1위, 국민은행이 5만2633명으로 2위다. KEB하나은행(1만9101명), 신한은행(8799명), 우리은행(7190명), 기업은행(3145명) 등이 뒤를 따랐다. 신한은행은 올해 안에 구독자 수를 3배 이상 늘려 3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2만 명, 1만 명 구독을 연내 목표로 정했다.

카드사 중에선 현대카드(17만6902명)의 구독자 수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신한카드(13만6488명) KB국민카드(5만8088명) 삼성카드(2만5504명) 순이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주요 경쟁사 유튜브 구독자 수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동영상 조회수가 특출난 곳도 있다. 국민은행의 동영상 전체 조회수는 6474만여 회에 달한다. 다른 은행 3~4곳을 합쳐야 나오는 기록이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각각 8276만회, 7311만 회로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스토리텔링 초점…운영 전략은 제각각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내놓느냐가 유튜브 세상의 생존전략이다. 금융권에서도 ‘삼카TV(삼성카드)’ ‘하나커플챌린지(KEB하나은행)’ 등 연재 콘텐츠가 많은 이유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동영상을 제작해 계속 보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카드는 유튜브에 15~16분짜리 웹드라마 3회를 연재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밀레니얼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금융 콘텐츠로 총 6회 분량의 ‘텅장 수사대’를 7~8월 공개할 계획이다. 텅장은 ‘텅 빈 통장’이라는 뜻으로,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 용어다. 이 콘텐츠에선 사회초년생의 금융 고민을 기업은행 직원과 연예인 MC가 수사극 형식으로 다룬다.

유튜브 운영 전략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은 유튜브 스타 격인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웃튜브’라는 서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웃기고 유익한 금융경제 전문 채널이라는 의미다. 광고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홍보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에 맞춰 모바일 앱의 주요 기능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었다. 지난 3월 게재 후 현재 조회 수는 807만여 건에 달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국민은행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