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데스크 시각] 유튜브 필터링 경계해야
화폐단위 개혁을 뜻하는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괴담’이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다. 1000원이 1원이 되면 착시효과로 소비가 늘어나고 물가 상승,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부동산·금 등 실물자산과 달러 같은 안전자산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추론이었다. ‘잠잠해진 강남 집값 폭등하나’ ‘부동산 핵폭탄 터지나’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유튜브를 메웠다. ‘공포 마케팅’으로 일관한 점이 아쉬웠지만 ‘진영 공방’만 가득한 유튜브에서 모처럼 경제 이슈가 눈길을 끌었다.

1년 전 이맘땐 유튜브의 ‘가짜뉴스’ 논란이 한창이었다. “도를 넘은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과도한 입법은 언론탄압이다”는 반론이 받아치곤 했다. 규제 입법까지는 가지 않고 이슈가 물 아래로 잠복하는 동안 유튜브는 정보검색시장까지 장악하며 더욱 급팽창했다.

압도적 소셜미디어 유튜브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한국의 인터넷(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이용자는 388억 분을 유튜브에 머물렀다. 카카오톡(225억 분), 네이버(153억 분)를 가볍게 압도했다. 연령대별 1인당 유튜브 이용시간은 10대가 가장 많았지만, 이용자 수를 곱한 전체 이용시간은 50대 이상이 101억 분으로 가장 앞섰다. 10대 때문에 ‘엄마가 낳고 유튜브가 키운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전 연령대가 몰려들고 있다.

유튜브엔 잠깐 시선을 끄는, 가벼운 영상물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 관한 의견을 담은 ‘진지한’ 콘텐츠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이든 기자처럼 뉴스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시대가 유튜브를 통해 본격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이어진 현상이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유튜브에선 자신이 많이 찾아본 영상 카테고리의 콘텐츠가 ‘좌악’ 펼쳐진다. ‘어, 이거 봐라’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몇 개 영상을 보다 보면 유튜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가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 즉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는 것이다.

진실 확인 등 품질 따져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념이나 주의(ism)가 강하게 반영된 뉴스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구독 성향에 맞게 필터링된 유튜버의 제작물과 콘텐츠를 거의 중독적으로 보게 된다. 요즘 많이 인용되고 경계되는 ‘확증편향’도 여기서 생겨날 수 있다. 다양한 개성과 시각, 의견이 존중되지 않고 양극단으로 쉽게 몰려가버리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유튜브를 만나 더 큰 폐해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국 언론인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에서 “저널리즘과 그 기본 원칙은 (기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주목받는 기자의 역할, 즉 진실을 확인하고(authenticator), 의미를 부여하고(sense maker), 목격자(witness bearer)가 되는 일을 유튜버에게도 요구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차선책은 유튜브 콘텐츠 소비자들이 ‘필터 버블’의 문제를 스스로 경계하고, 진실 확인과 의미 부여, 목격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채널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갖추는 것이다.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온라인에 익숙해지다 보면 균형있는 시각을 잃기 쉽다. 독자 개개인의 선호와 관계없이 편집된 종이신문은 그런 점에서 유용성이 있다”고 한 지인의 얘기가 귓전에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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