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美·中 마찰로 경기 하방위험 장기화"
청와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통상마찰 탓에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은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조금 더 커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대외 여건에 따라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처럼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놓은 것은 미·중 통상마찰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최근 (미·중 간) 통상마찰이 글로벌 패권 경쟁과 결부돼 있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통상마찰이 ‘글로벌 백본(backbone·기간망)’ 경쟁과 결부돼 조금 더 장기화될 소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수석은 미국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중국 기업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선 “정부로서는 국가통신보안과 관련된 문제에선 철저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수석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38.2%에서 36.0%로 낮아졌다”며 “정부 정책 여력이 좀 더 커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채무비율이 낮아진 만큼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 연도를 기존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하면서 수치가 조정됐을 뿐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수석도 이 점을 의식한 듯 “향후 경제 상황을 감안해 재정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현 경기 상황에 대해선 “대외여건에 따라 추가 하락하거나 반등할 수 있으나 지금은 바닥을 다지는 국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제조업 전반에 걸친 혁신 방안을 담은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을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남짓 앞당겨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문재인 정부 3대 경제 신(新)동력 중 하나인 미래차 대책을 포함해 올 하반기 중 섬유패션,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업종별 혁신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윤 수석은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노후 대비 자산 형성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포용 금융 비전을 7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