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를 사들였다. 유명인이 책을 읽어주는 ‘리딩북’ 서비스로 눈길을 끌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밀리의서재도 ‘밀리 TV’를 내놓으며 동영상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다. 전자책 서비스로 출발한 기업들이 다음 먹거리로 ‘동영상’을 골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라 스타트업 사들이는 리디

대세는 동영상…전자책 넘어 종합 콘텐츠 기업 노린다
리디는 지난달 24일 라프텔 인수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미지와 영상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통해 콘텐츠 내용을 분석한 뒤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준다. 2017년 9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 업체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3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지난해엔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리디는 전자책 서점 사업에서 한발 나아가 애니메이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기식 리디 대표는 “기술력을 끌어올려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스타트업 인수는 이번이 세 번째다. 책 소개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팅 스타트업 디노먼트, 미디어 스타트업 아웃스탠딩에 이어 라프텔을 골랐다.

디노먼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도서를 소개하는 ‘책 끝을 접다’ 채널을 운영한다. 책 소개 콘텐츠를 카드뉴스와 북 트레일러 형태로 제작해 페이스북·유튜브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아웃스탠딩은 광고가 아니라 구독형 수익 모델을 채택해 눈길을 끈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다. 전통적인 기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블로그나 웹툰의 형태를 차용한 스토리텔링 방식 등을 두루 활용한다.

리디의 잇따른 콘텐츠 스타트업 인수는 SNS 콘텐츠, 숏폼 콘텐츠에 이어 동영상 콘텐츠도 섭렵해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스탠딩, 라프텔 모두 ‘구독 모델’ 비즈니스로 볼 수 있다며 사업 스타일이 비슷한 리디와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영상으로 무게중심 이동

동영상으로 보폭을 넓힌 건 리디만이 아니다. 밀리의서재도 유튜브를 통해 ‘밀리 TV’ ‘밀리 라이브’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사업 전략과 브랜드 등을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콘텐츠 스트리밍산업의 성장동력화가 시급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음악·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2년 70억3000만달러에서 2017년 313억달러로 확대됐다. 5년 동안 네 배 넘게 시장이 커졌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2021년까지 각각 연평균 8.6%, 7.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전체 소비자 중 36.1%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콘텐츠의 무게중심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전자책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기업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1020 세대에 타깃을 맞춘 기업이기에 동영상의 중요성을 일찍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