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 유출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국내로 번졌다. 미국에서 먼저 소송을 당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명예훼손 혐의로 국내 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소송전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기차 배터리 소송戰' 국내까지 번졌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에 ‘맞소송’

SK이노베이션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장에 “LG화학이 있지도 않은 추측성 주장에 기반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해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명성, 신용이 크게 훼손됐다”고 적었다. 이번 소송에서 10억원을 청구했으며, 향후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손해배상액을 추가로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명예훼손 소송 제기에 대해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맞대응했다. LG화학은 “맞소송을 제기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두 차례나 내용증명을 보내 LG화학 핵심 인력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SK이노베이션이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76명)를 지속했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 간 감정싸움도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아니면 말고’식 소송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LG화학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송전 확대될 듯

두 회사 간 양보 없는 배터리 소송전은 SK이노베이션의 급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국내 1위 업체인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3’에 드는 선발주자다. 이에 비해 삼성SDI에 이어 국내 3위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들어 수주 실적이 급격히 늘고 있다. LG화학은 소장에서 “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량은 30GWh에 불과했으나 2019년 1분기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고 적시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빼돌려 급성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회사의 싸움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해외 경쟁사들만 이득을 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우려에도 두 회사 간 소송전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국내외에서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LG화학에 대해 추가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모든 건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