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출신이 우연히 세계적인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임지훈 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지난 9일 미국 맨해튼에 있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만났다. 작년 3월 카카오에서 퇴직한 그는 올 2월부터 스턴대학원에서 겸임교수 신분으로 ‘기술회사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카카오를 나온 뒤 세계를 돌며 몇 달씩 살아보자고 결심했다”는 그가 인도네시아 발리를 거쳐 작년 6월 두 번째로 찾은 곳이 뉴욕이었다. 그는 “뉴욕은 참 다양하고 역동적”이라며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뉴욕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작년 10월 지인 소개로 만난 스턴대학원 교수로부터 우연하게 강의 제안을 받았다. 학생들이 기술회사를 경영해본 사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학사(KAIST 산업공학) 출신이고 강의 경험이 없다”고 했더니 “그게 뭐가 중요하냐.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쳐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 상사맨인 아버지를 따라 6년간 남미에서 자란 그는 영어 강의의 걸림돌인 ‘영어 울렁증’은 다행히 없었다.

지난 2월 4일 첫 수업엔 40명의 학생이 등록했다. 한두 차례 수업이 끝나자 대기 명단에 20여 명이 몰렸다. 임 전 CEO는 “학교 측과 상의해 수강을 원하는 학생은 모두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총 56명이 수강했다. 그는 “CEO가 비효율적 사업을 중단하는 건 당연하고 쉬운 결정 같아 보이지만 책에서 보는 것과 실행하는 건 다르다”며 “카카오에서 몇몇 서비스를 중단할 때 괴로웠던 경험을 얘기했더니 학생들이 많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학기가 끝난 뒤 그는 5.0 만점에 4.8점이란 최고 수준의 강의 평가를 받았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 이미 채용이 결정된 상당수 학생은 실제 기술회사 경영을 해본 그의 강의에 열광했다.

다음 학기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안도 이미 4월 들어왔다. 그는 “학교와 회사 생활을 한국에서만 한 만큼 당분간 미국이란 나라를 더 공부하고 경험하고 싶어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학기 잊지 못할 경험으로 한 학생이 “강의 피드백을 해도 되겠느냐”고 메일을 보내온 것을 꼽았다. 그 학생은 다른 수업과 장단점을 비교하며 기술회사 경험이 있는 장점을 더 특화하라고 조언했다.

임 전 CEO는 “그런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매우 크다”며 “소통이 안 되면 결국 리더의 손해고 회사 손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때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CEO가 되자마자 직원 100명과 30분씩 면담했다. 하지만 이후 업무에 바빠 소홀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한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좀 더 많이 들었어야 했다는 후회다.

향후 계획은 뭘까. 그는 “재미있거나 도전이라고 느끼는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뉴욕에서 새로운 걸 경험하며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