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국고채 수익률 年1.5% 근접…"시장, 연내 2회 금리인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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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쇼크·무역분쟁 여파
"경기 불안감 크다"
1~50년물 모두 기준금리 밑돌아
韓銀에 인하 압박
"경기 불안감 크다"
1~50년물 모두 기준금리 밑돌아
韓銀에 인하 압박
채권 금리가 급락(채권 가격 급등)하고 있다. 1년부터 50년까지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를 밑도는 가운데 이제는 아예 기준금리 한 차례 인하 폭(0.25%포인트)을 선반영한 1.5%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호주 인도 등 주요 국가에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한 데다 △성장률 쇼크 △저물가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시장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브렉시트 이후 최저치
10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4%포인트 하락한 연 1.533%에 마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 기록이다.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결정된 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대까지 떨어졌다.
3년물뿐만 아니라 1~50년 모든 만기에서 국고채 금리가 한은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국고채 20년물(1.713%)과 30년물(1.720%), 50년물(1.712%) 등 장기채 금리마저 모두 연 1.7%대에 진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2012년 10월 후 6년7개월 만이다. 하락률도 가파르다는 평가다. 3월 초만 해도 연 2% 안팎이던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은 석 달 만에 0.3~0.4%포인트가량 빠졌다.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월 27일 연 1.722%로 1년 만기 국고채 금리(1.74%) 밑으로 내려온 이후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1년물 금리 차는 0.05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담당 펀드매니저는 “채권의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길수록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가격이 낮게(금리는 높게) 형성되는데 지금은 정반대”라며 “그만큼 경기 불안이 크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채보다 장기채가 매력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보유 채권도 사상 최대
외국인투자자도 국내 채권을 공격적으로 쓸어담고 있다. 채권 보유금액이 어느덧 119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 금액은 119조2020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8월 114조2820억원이다.
외국인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적극적으로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는 9조74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도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조578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을 새로 썼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넘은 것은 2007년 11월(10조4850억원), 2009년 6월(10조3714억원)과 10월(10조572억원)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환 헤지(위험 회피) 비용이 적게 드는 시장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한국 채권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16.5원으로 지난해 초(-7.4원) 대비 9원 이상 하락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달러로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 헤지를 안 할 경우 차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수록 얻을 수 있는 이익 규모가 커진다.
“한은, 두 차례 이상 금리 낮출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권시장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소비·수출·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25%로 3년 만에 인하했으며 인도도 지난 2월 초 6.5%였던 기준금리를 넉 달 새 0.25%포인트씩 세 차례나 낮췄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꼽혔던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최근 무역분쟁에 따른 악영향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채권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다는 평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한다면 한은도 결국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 한은이 통화 완화로 기조를 전환했을 때 한 차례 인하로 그친 적이 없는 만큼 당분간 채권시장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국고채 금리가 추가 하락해 연 1.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이미 한은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두 차례 이상 인하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호기/김진성 기자 hglee@hankyung.com
10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4%포인트 하락한 연 1.533%에 마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 기록이다.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결정된 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대까지 떨어졌다.
3년물뿐만 아니라 1~50년 모든 만기에서 국고채 금리가 한은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국고채 20년물(1.713%)과 30년물(1.720%), 50년물(1.712%) 등 장기채 금리마저 모두 연 1.7%대에 진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2012년 10월 후 6년7개월 만이다. 하락률도 가파르다는 평가다. 3월 초만 해도 연 2% 안팎이던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은 석 달 만에 0.3~0.4%포인트가량 빠졌다.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월 27일 연 1.722%로 1년 만기 국고채 금리(1.74%) 밑으로 내려온 이후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1년물 금리 차는 0.05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담당 펀드매니저는 “채권의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길수록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가격이 낮게(금리는 높게) 형성되는데 지금은 정반대”라며 “그만큼 경기 불안이 크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채보다 장기채가 매력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보유 채권도 사상 최대
외국인투자자도 국내 채권을 공격적으로 쓸어담고 있다. 채권 보유금액이 어느덧 119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 금액은 119조2020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8월 114조2820억원이다.
외국인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적극적으로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는 9조74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도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조578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을 새로 썼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넘은 것은 2007년 11월(10조4850억원), 2009년 6월(10조3714억원)과 10월(10조572억원)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환 헤지(위험 회피) 비용이 적게 드는 시장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한국 채권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16.5원으로 지난해 초(-7.4원) 대비 9원 이상 하락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달러로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 헤지를 안 할 경우 차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수록 얻을 수 있는 이익 규모가 커진다.
“한은, 두 차례 이상 금리 낮출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권시장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소비·수출·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25%로 3년 만에 인하했으며 인도도 지난 2월 초 6.5%였던 기준금리를 넉 달 새 0.25%포인트씩 세 차례나 낮췄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꼽혔던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최근 무역분쟁에 따른 악영향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채권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다는 평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한다면 한은도 결국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 한은이 통화 완화로 기조를 전환했을 때 한 차례 인하로 그친 적이 없는 만큼 당분간 채권시장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국고채 금리가 추가 하락해 연 1.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이미 한은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두 차례 이상 인하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호기/김진성 기자 hglee@hankyung.com